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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한령' 뚫고 대박 난 한국 콘텐츠,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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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행월구(獨行月球)' 돌풍!

중국 영화 〈독행월구(獨行月球)〉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7월 29일 개봉 후 약 두 달 만에 31억 위안(한화 약 6114억 원)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8월 21일 기준, 중국 애국주의 영화 〈장진호의 수문교〉에 이어 올해 중국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사진 마오옌]

[사진 마오옌]

이 영화에 관심이 가는 건 〈마음의 소리〉로 유명한 한국의 웹툰 작가 조석의 〈문유〉를 원작으로 했다는 점이다. 한국 시나리오를 가져다 만든 영화가 히트치고 있는 셈이다.

한한령이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유〉가 어떻게 흥행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을까.

〈문유〉는 〈마음의 소리〉, 〈조의 영역〉 등으로 큰 사랑을 받은 조석 작가가 2016년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한 SF 코미디 웹툰이다. 작품은 소행성 충돌로 지구 인류가 멸망한 뒤, 달에 홀로 남은 우주 비행사 문유의 고군분투기를 그렸다.

[사진 네이버 웹툰]

[사진 네이버 웹툰]

중국 현지에서는 2016년 네이버 웹툰의 중국 법인이 운영하는 만화 플랫폼 ‘동만만화(動漫漫畵)’를 통해 웹툰이 연재됐다. 작년 11월 중국어 번역본이 책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그 후 국내 영화 배급사 쇼박스가 〈문유〉의 중국 영화화 판권을 확보했고, 중국 내 자회사 북경수박사문화발전유한공사(이하 ‘수박사’)를 통해 영화화를 추진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난 10월 23일, 〈독행월구〉는 누적 관객 수 7451만 명을 넘겼다. 그뿐만 아니라 27일 기준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그동안 중국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는 물론 한국 IP를 원작으로 제작한 중국 영화의 흥행 성적을 전부 뛰어넘는 기록이다.

그러나 중국 관객 중 〈독행월구〉의 원작이 한국 웹툰이라는 점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제작사 측이 마케팅 과정에서 이 사실을 부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작 VS 영화, 한류 콘텐츠의 현지화 전략 

수박사는 〈굿바이 미스터 루저〉, 〈수수적철권(羞羞的鐵拳)〉 등 다수의 코미디 흥행작을 선보인 중국 유명 영화사 카이신마화(開心麻花)와 손을 잡고 〈독행월구〉를 공동제작했다. 〈수수적철권〉을 연출한 장츠위(張吃魚)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중국 인기 배우 선텅(沈騰)이 원작의 주인공 ‘문유’에 해당하는 ‘독고월(獨孤月)’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애국주의 영화가 중국 박스오피스를 점령한 상황에서 〈독행월구〉는 흔치 않은 SF 장르 영화다. 〈독행월구〉의 장르를 뛰어넘는 성공 비결에는 고도의 현지화 전략이 숨어있다. 우선, 영화는 우주 배경을 활용해 중국의 우주 연구 및 탐사 분야 발전을 의미하는 '우주굴기'를 부각했다. 또한, 중국인 주인공이 인류를 구하는 설정으로 중국 영화계의 '애국주의'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사진 마오옌]

[사진 마오옌]

〈문유〉는 현지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캐릭터와 스토리를 현지 문화와 정서에 맞추는 등 섬세한 각색을 거쳤다. 영화에서는 원작에 없는 러브라인도 추가됐다. 웹툰에도 나사(NASA) 연구원인 여성 캐릭터 캐롤이 등장하나 주인공과 러브라인을 형성하지는 않는다. 영화 속 배우 마리(馬麗)가 연기한 여주인공이자 달 탐사 지휘관인 ‘마람성(馬藍星)’은 원작에 없는 새로운 캐릭터이다. 영화 초반 독고월은 짝사랑하는 마람성에게 러브레터를 쓰다가 지구로 돌아가는 우주 비행선을 놓치는데, 이는 영화에서 기존에 없던 플롯을 추가한 것이다. 독고월의 직업도 원작의 연구원에서 우주선 정비사로 바뀌었다.

원작 웹툰은 68화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서사를 자랑한다. 특히 달 기지에 살아있던 또 다른 생존자 네나드 박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는 인류를 위해 자발적으로 달에 남은 인물로 문유와 깊은 연대를 쌓는다. 영화는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네나드 박사의 부분을 삭제하고, 고독월과 마람성의 러브라인을 추가하고 익살스러운 캥거루 캐릭터 캥콩의 비중을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이야기를 단순화하고 웃음 포인트를 늘려 중국 관객들이 더욱 받아들이기 쉽게 풀어나간 것이다.

한한령 이후 리메이크 판권 판매 증가 

2016년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 이후 지속됐던 중국의 ‘한한령’이 완화될 조짐을 보였다. 그 예로 지난해 12월 영화 〈암살〉 이후 6년여 만에 영화 〈오! 문희〉가 중국에서 개봉했다. 올해 상반기 〈사임당, 빛의 일기〉(후난위성TV),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아이치이), 〈슬기로운 감빵생활〉(비리비리)등 한국 드라마 13편이 방영 허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으로 한한령이 완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 콘텐츠의 중국 내 방영 및 개봉 승인이 지난 5월 드라마 〈배드 앤 크레이지〉 이후 추가로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문화 소비를 주도하는 2030세대에서 애국주의 소비 트렌드가 부는 것도 한국 콘텐츠의 중국 진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해외 콘텐츠의 중국 내 영향력은 크게 떨어지는 추세다. 2011년에는 중국 박스오피스 TOP 10 중 할리우드 영화가 6편을 차지했지만, 작년에는 10편 중 단 2편에 그쳤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최근에는 한류 콘텐츠의 직접적인 수출보다 리메이크 판권 계약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 업체의 입장에서는 한국 콘텐츠 방영권을 직접 구매해 차질 없이 유통하는 것보다 리메이크 판권을 구매해 현지화하는 방법이 더욱 안전하고 유리해진 것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9년에서 2022년 사이 중국 리메이크 드라마의 해외 원작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한국 드라마로 나타났다. 전체 해외 원작 드라마 중 한국 드라마는 무려 55%를 차지한다. 한한령으로 큰 타격을 입은 한국 콘텐츠 업계는 ‘IP 수출’이라는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또한, ‘IP 수출’을 통해서 공동제작의 가능성까지 도모할 수 있다.

다양한 장애물이 존재하지만, 중국 콘텐츠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올해 9월까지 누적 중국 박스오피스 수익은 250억 위안(한화 5조 원)으로 같은 기간 한국 박스오피스 수익의 6배에 이른다. 중국은 세계 최대 박스오피스 매출 규모를 자랑한다. 박스오피스 집계 기관 컴스코어에 따르면 2021년 중국 박스오피스 매출 규모는 74억 3000 달러(한화 약 10조 5365억 원)로, 북미 박스오피스 매출 규모 45억 5000달러(한화 약 6조 4524억 원)를 크게 웃돈다.

한류 콘텐츠의 중국 현지화는 현재진행형    

한류 콘텐츠의 중국 리메이크는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에는 원작의 장르를 변경하는 크로스미디어 형태의 리메이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2004년작 한국 드라마 〈풀하우스〉의 영화 리메이크가 확정되면서, 지난 10월 19일 중국 저장 성에서 촬영에 돌입했다.

[사진 마오옌]

[사진 마오옌]

네이버 웹툰에 이어 카카오웹툰의 웹툰 역시 중국에서 영화화됐다. 강풀 작가의 카카오 웹툰 〈마녀〉를 원작으로 한 영화 〈아요화니재일기(我要和你在一起)〉는 지난달 개봉해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9위에 오르기도 했다.

스토리가 탄탄한 웹툰 IP는 중국 시장의 새로운 공략법으로 떠올랐다. 〈문유〉의 성공이 앞으로 중국 시장에서 더욱 다양한 형태의 IP 거래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박고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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