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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감찰팀, 총경급만 수사 의뢰…일각 “윗선 꼬리 자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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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찰이 이태원 참사 당시 지휘부에 보고를 늦게 한 책임을 물어 총경급 간부 2명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서울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과 사고 지역을 관할한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을 특별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당일 참모 보고와 지휘 보고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경찰 수뇌부가 두 시간 가까이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는데, 이는 류 과장과 이 서장의 업무 소홀에서 비롯됐다고 본 것이다. 참모 보고는 이를테면 용산서 112상황실→서울청 112종합상황실→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실로 이어지는 기능별 보고이고, 지휘 보고는 용산서장→서울청장→경찰청장으로 이어지는 지휘관 보고다.

특별감찰팀은 참사 당일 당직 상황관리관이었던 류 과장이 참사 발생 당시 상황실에 없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류 과장이 112치안종합상황실 팀장으로부터 사고 관련 보고를 받은 건 오후 11시40분쯤 자신의 사무실에서다. 곧바로 복귀했지만 사고가 발생(오후 10시15분)한 지 1시간25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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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과장의 복귀가 늦어지면서 경찰청 보고도 늦어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서울청 112상황실이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실에 사고를 보고한 건 30일 0시2분이다. 치안상황관리관실은 3분 뒤인 0시5분 대통령실에 사고 상황을 보고했다. 경찰청 당직인 상황1담당관이 윤희근 경찰청장한테 유선으로 보고한 건 9분 뒤인 0시14분이다.

이임재 용산서장은 사고 현장에 늦게 도착해 지휘 관리에 소홀했고, 보고도 늦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특별감찰팀은 밝혔다.

당초 29일 오후 10시17분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진 이 서장은 오후 11시 넘어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별감찰팀은 이와 관련한 정확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의뢰했다. 이 서장이 김광호 서울청장에게 오후 11시36분에야 처음 전화 보고한 것도 현장 도착이 늦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청장이 현장에 도착한 건 49분 뒤인 30일 0시25분이었다. 참사 당일 경찰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이 서장의 현장 지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기동대 배치는 30일 0시 20분쯤 이뤄졌다. 전 직원 비상소집 지시도 0시45분에야 내렸다.

일각에선 책임 소재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꼬리 자르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됐다. 익명을 원한 한 경찰 간부는 “부실 대응의 책임을 중간관리자에게 묻더라도 정무적인 책임은 결국 위에서 져야 하지 않겠냐”며 “여기서 그친다면 앞으로 수뇌부의 지휘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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