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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돌풍 이스라엘, 네타냐후 낙승…1년반만에 총리 복귀 눈앞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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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현지시간)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거 결과, 베냐민 네타냐후(73)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합이 크네세트(의회) 의석 과반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네타냐후는 실각한 지 1년 6개월 만에 총리 자리를 탈환할 전망이다.

이스라엘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일 오후 85.9%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네타냐후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블록이 전체 120석 중 과반(61석)을 넘는 65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득표에 따라 배분되는 정당별 의석은 네타냐후의 리쿠드당이 32석, 극우 정당연합인 독실한 시오니즘이 14석,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인 샤스는 11석, 보수 유대 정치연합인 토라유대주의연합(UTJ)이 8석이 된다. 기존 의석은 리쿠드 30석, 샤스 9석, UTJ 7석, 독실한 시오니즘 6석이었다. 최종 개표결과는 이번 주말 이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가 이스라엘 총선이 치러진 다음날인 2일(현지시간) 리쿠드당 당사를 방문해 지지자들을 향해 미소짓고 있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71.3%로 2015년 이후 가장 높았다. A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가 이스라엘 총선이 치러진 다음날인 2일(현지시간) 리쿠드당 당사를 방문해 지지자들을 향해 미소짓고 있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71.3%로 2015년 이후 가장 높았다. AP=연합뉴스

네타냐후는 이날 오전 당사를 방문해 "이스라엘을 강대국으로 회복시킬 것"이라며 "국민은 힘을 원한다. 약한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은 안정적이고 경험이 풍부하며, 군인과 경찰을 돌보는 총리를 원한다"며 "안보를 지키고 이웃과의 평화를 되찾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총선은 안전과 물가 안정을 원하는 국민의 염원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네타냐후는 출구 조사에서 앞선 것으로 나오자 "거국적 우파 내각을 구성할 것"이라고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의 지지자들이 1일 이스라엘 총선거가 종료된 뒤 캠페인 본부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의 지지자들이 1일 이스라엘 총선거가 종료된 뒤 캠페인 본부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앞서 15년(1996~1999년, 2009~2021년)간 집권했던 네타냐후는 자신이 지닌 이스라엘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21년 총리직에서 물러날 때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겼다.

야이르 라피드 현 총리가 주도한 '반네타냐후 연정' 측은 원내 진출을 위한 최저 득표율(3.25%)을 넘지 못하는 정당도 나왔다. 2일 좌파 정당인 메레츠의 득표율은 3.17%에 그쳤다. 라피드 총리는 "인내심을 갖고 최종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극우정당 약진…원내 제3당 될 듯 

뉴욕타임스(NYT)는 네타냐후의 재집권에 상관없이 이번 선거는 "이스라엘 극우의 승리"라고 보도했다. 특히 극우주의자 이타마르 벤-그비르가 이끄는 독실한 시오니즘은 이번 선거에서 의석을 2배 이상 늘려 원내 제3당이자 우파 블록의 제2당이 될 전망이다. 벤-그비르는 이날 "우리가 이스라엘의 주인이 될 때가 왔다"고 말했다.

독실한 시오니즘은 극단적인 민족주의 성향에 이민자와 외국인을 배척하고 치안 강화, 낙태·동성애 반대 등 보수적 의제를 내세웠다.

이 전략은 젊은 층 공략에 주효했다. 중동 매체 더 내셔널은 이번 선거에서 청년층에서 극우 지지가 늘었다며,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에 희망을 느끼지 못하는 세대"라고 했다. 가디 리브킨(36)은 워싱턴포스트에 “유대인을 보호하기 위해 벤-그비르에게 투표했다”면서 “강한 유대 국가로 이스라엘을 만들어줄 사람을 원한다"고 말했다.

외신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분쟁이 격화한 것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줬다고 전했다. 올해 초정통파 유대교도 집단 거주지에서 분리 장벽을 넘어 침투한 팔레스타인 주민에 의한 총기 난사 사건이 이어졌으며, 이스라엘군은 이들을 테러 세력으로 규정하고 수색을 강화했다.

극우동맹의 지분이 커지면서 향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등 대아랍 정책이 강경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가일 탈시르 헤브루대 정치학 교수는 "이스라엘은 (극우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지배하는 헝가리처럼 되는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총선 전 네타냐후는 독실한 시오니즘을 이끄는 벤-그비르를 경찰 조직을 관할하는 치안담당 장관에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벤-그비르는 아랍계 시민들을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며, 아랍계 시민에게 총기를 겨눠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다.

극우 정치인 이타마르 벤-그비르가 2일 지지자들을 향해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극우 정치인 이타마르 벤-그비르가 2일 지지자들을 향해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46세에 최연소 총리에 올랐던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건국(1948년) 이후 자국에서 출생한 첫 총리이기도 하다. 교수 출신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1967년 귀국해 이스라엘 최정예 특수부대에서 복무하기도 했다. 대위로 전역한 뒤 1982년 워싱턴 주미 대사관에서 근무했고 1984~1988년 주 유엔대사를 지냈다.

1988년 의회에 첫발을 들였고 1996년 노동당의 시몬 페레스를 이기고 13대 총리가 됐다. 당시 부패혐의와 경제 침체 탓에 1999년 총선에서 패배하며 정계에서 물러나는 듯 했지만, 2003년 총선에서 리쿠드당이 승리하자 외무장관으로 복귀했다. 이후 2009년 총선에서 중도정당인 카디마당에 실망한 우파의 지지를 받으며 다시 총리가 돼 지난해 6월까지 집권했다.

이스라엘은 극심한 정치 분열 속에 최근 4년 동안 5번이나 총선이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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