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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영화천국] 구토물·콧물·땀·피 눈물빼곤 자연産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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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Q: '위대한 유산'이라는 영화를 보니 배우 김선아가 여관에서 구토하는 장면이 나오더라. 구토물은 무엇으로 만드나.

A: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 이후 한국 코미디 영화에서 여배우의 구토 퍼포먼스는 일종의 트렌드가 된 느낌이다. 뒤를 이은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김하늘이나 '위대한 유산'의 김선아를 보면 안쓰러운 생각이 들 정도로 구토 연기는 하루가 다르게 리얼해지고 있다.

구토물의 주 성분은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회용 죽이다. 참치죽.야채죽이 애용된다. 리얼리티를 좀더 살리려면 요거트를 섞어 좀더 걸쭉하게 만든다. 밥알이 튀는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식혜를 붓기도 한다.

이 혼합물을 입에 머금고 있다가 감독의 사인이 떨어지면 우웩! 하고 뿜어낸다. 얼핏 봐도 양이 만만치 않은데 어찌 입에 다 보관(?)하고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래도 김선아는 이 고역스런 장면을 다섯번 만에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구토물뿐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인간의 각종 분비물 중 눈물 빼고는 '자연산'은 거의 없다(요즘은 배우가 안약 쓰면 연기력 의심받는다). 가장 만들기 쉬운 건 땀이다. 땀은 베이비 오일을 바른 뒤 물 스프레이를 뿌린다.

그렇다면 피는? 토마토 케첩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천만의 말씀. 피는 붉은색 식용 색소에 물엿(농도 조절용)과 커피(색상 조절용)를 넣는다. 콧물은 완전 식품 달걀에서 탄생한다. 예전에는 문구용 풀을 썼다고 한다. 요즘은 달걀 노른자로 누르스름한 색깔을 내고 흰자로 농도를 조절한다. '선생 김봉두'에서 학교를 떠나지 말라며 선생님을 붙잡고 우는 강원도 아이들의 콧물도 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달걀 비린내가 연기 몰입을 방해하는 단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로 표기하기도 하는 그것. 14일 개봉하는 '아메리칸 파이 웨딩'을 보면 한 악동이 제 꾀에 넘어가 개똥을 먹는 엽기적인 장면이 나온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초코파이 종류에 커피를 섞어 반죽했으리란 것이 영화인들의 추측이다. 물론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똥 푸는 장면처럼 '진품'을 쓰기도 한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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