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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대왕고래, 미세플라스틱 매일 1000만개 먹는다

중앙일보

입력

미 캘리포니아 바다에서 이동 중인 대왕고래. 로이터=연합뉴스

미 캘리포니아 바다에서 이동 중인 대왕고래. 로이터=연합뉴스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큰 동물로 알려진 대왕고래가 매일 미세플라스틱을 최대 1000만 개까지 먹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해양 플라스틱 오염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매튜 사보카 박사 연구팀은 2일(현지시각)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대왕고래, 혹등고래, 긴수염고래 등 191마리 고래에 전자 장치를 부착한 뒤에 그들의 먹이 활동을 추적해왔다. 이와 함께 이들이 서식하는 태평양 캘리포니아 해류의 미세플라스틱 데이터를 결합해 모델링하는 방식으로 미세플라스틱 섭취량을 계산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대왕고래는 하루에 최대 1000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삼키는 것으로 추산된다. 무게로 따지면 43.5㎏에 이른다. 대왕고리와 함께 크릴을 주로 먹는 긴수염고래 역시 하루에 600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먹는 것으로 추정된다.

혹등고래의 경우 어떤 먹이를 주로 먹느냐에 따라 미세플라스틱 섭취량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크릴을 좋아하는 혹등고래는 400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먹지만, 물고기를 좋아하는 혹등고래는 이보다 훨씬 적은 20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또 고래들은 주로 수심 50m~250m에서 먹이를 먹는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는 바다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가장 높은 수심과 일치했다.

왼쪽부터 고래가 크릴 등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먹는 과정을 설명한 그림. 오른쪽 표를 보면 고래가 크릴(Krill) 먹이활동을 하는 수심과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높은 수심이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매튜 사보카 박사 연구팀

왼쪽부터 고래가 크릴 등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먹는 과정을 설명한 그림. 오른쪽 표를 보면 고래가 크릴(Krill) 먹이활동을 하는 수심과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높은 수심이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매튜 사보카 박사 연구팀

입안 필터로 먹이 걸러…미세플라스틱도 같이 섭취

미 캘리포니아 바다에서 이동 중인 대왕고래. 로이터=연합뉴스

미 캘리포니아 바다에서 이동 중인 대왕고래. 로이터=연합뉴스

흰긴수염고래라고도 불리는 대왕고래는 크기가 최대 33m에 이르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로 알려져 있다. 어린 새끼의 크기도 무려 7m나 된다고 한다. 하지만 과거 포경선들의 남획으로 멸종 직전의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현재는 국제적 멸종위기종(EN: Endangered)으로 관리되고 있다.

대왕고래는 하루에 약 10~20t의 크릴을 먹을 정도로 엄청난 대식가로도 알려져 있다. 대왕고래가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건 그들이 먹이를 섭취하는 방식 때문이다. 대왕고래는 입 안에 있는 필터를 이용해 바닷물에서 크릴과 같은 작은 먹이들을 걸러낸다. 이 과정에서 먹이와 바닷물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을 함께 먹는 것이다.

사보카 박사는 “미세플라스틱의 99%는 이전에 플라스틱을 섭취한 먹이를 통해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크릴은 플라스틱을 먹고 고래는 크릴을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세플라스틱은 5㎜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으로, 최근 수십 년 동안 바다에서 농도가 증가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이 고래의 건강에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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