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부끄럽지만, 월세를 낼 형편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언제쯤 책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책 출간을 고대하던 김주혜 작가는 에이전트에게 이렇게 메일을 보냈다. 1년에 단편 13편을 써 보냈는데도 감감무소식이니 꽤 막막한 터였다.
“당신의 커리어를 위한다면 지금부터 단편 말고 장편을 쓰세요.”
에이전트로부터 온 이 냉정한 답에 김 작가는 좌절했다.
“애써 마음을 추스르려 눈 내린 동네를 달리다 한 장면이 떠올랐어요. 한 사냥꾼의 모습이 보이고 또 호랑이가 도약하는 그런 장면이었죠. 그걸 놓치지 않으려고 그 길로 집으로 뛰어들어 갔습니다. 컴퓨터에 앉아서 단숨에 20페이지에 달하는 서문을 썼습니다.”
이렇게 쓰기 시작하여 6년 만에 나온 책이 『Beasts of a Little Land 』다.
책엔 1917년부터 1965년까지 독립 투쟁과 우리 민초들의 삶이 담겼다. 아마존 '이달의 책'에 올랐으며, 12개국에 번역 출간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아홉 살에 미국에 이민 간 그가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책을 쓴 배경은 뭘까.
“한국을 떠나기 전 아주 아기 때부터 한국 역사책을 즐겨 읽었어요. 꼬맹이 때부터 한국 고대에서부터 근대까지 관심이 많았고요. 또 김구 선생을 도와 독립운동을 한 외조부의 이야기가 뇌리에 박혀 있었고요. 이런 만큼 한국 역사나 문화에 대한 긍지도 많았어요.”
더욱이 그는 우리 역사뿐만 아니라 우리 호랑이에도 관심이 많다.
“제가 유명한 사람이 되려고 작가를 한 건 아닙니다. 사실 수년 동안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계속 노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가 가진 문학적 소재로 자연과 동물을 보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책이 나오기도 전에 계약금의 5%를 아모르 표범과 시베리아 호랑이 보호 단체에 기부했다. 4달러짜리 햄버거를 사지 못하는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그의 마음 한쪽에는 조국과 호랑이가 내내 자리하고 있었던 게다.
그것의 결과물이 최근 한국어판으로 나온 『작은 땅의 야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