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를 두 번 만났는데 둘 다 배우가 아니라 소설가로서였다. 11년 전 첫 만남 당시 그는 두 번째 장편 『오늘 예보』를 낸 터였다.
내로라하는 배우가 소설을 냈다니 의외였다.
그는 의외라는 기자의 표정을 읽은 듯 속내를 털어놓았다.
“10년 구상해서 쓴 첫 책 『잘 가요, 언덕』은 잘 팔렸어요. 하지만 작가로서, 글로써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번엔 250페이지 소설을 위해 2만5000페이지를 썼습니다. 먼 훗날 작가로 기억되고 싶기에 쓰고 또 쓴 겁니다.”
지난해 이맘 소설가로서 차인표를 다시 만났다. 첫 책이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으로 복간된 터였다.
이날 또한 그는 작가로서의 바람을 어김없이 털어놓았다.
“두 번째 장편을 낼 때까지도 죄책감이 있었습니다. 유명인이라 쉽게 책을 내지 않았나 하는 그런 죄책감이요. 글쓰기가 내 운명인 것처럼 써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하루에 4~5시간, 2500자씩 쓰고 다음 날 2000자를 지우길 반복했죠. 오래지 않아 그 결과물이 나올 겁니다.”
그가 이토록 쓰고 또 쓰는 데는 아내의 격려도 한몫했다.
“작가로서 평가받고 싶으면 또 써요. 그러면 진정성을 알아줄 거예요.”
그는 자신을 천재형이 아니라 노력형이라고 했다. 운동하면서조차 옥스퍼드, 예일대의 소설 강좌를 영상으로 볼 정도다.
사실 배우로서 차인표라는 이름 또한 그저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는 ‘발음이 시원찮다’ ’목소리가 가늘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펜을 입에 물고 연습에 또 연습으로 극복해낸 터였다.
최근 그가 『인어 사냥』이라는 이름의 소설을 냈다. 지난해 “쓰고 또 쓴 결과물이 오래지 않아 나올 것”이라던 말대로였다.
이는 배우뿐만아니라 ‘작가 차인표’로도 기억되고픈 노력의 결과물일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