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권 퇴진운동 갈수도"…참사 이틀뒤 '여론동향' 문건 만든 경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청이 이태원 참사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시민단체와 온라인 여론 동향, 언론의 보도 계획 등의 정보를 수집해 정리한 내용을 담은 ‘정책 참고자료’를 작성해 관계기관에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을 표명을 표명하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을 표명을 표명하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고서는 이태원 사고와 관련한 정부 부담 요인으로 빠른 사고수습을 위한 장례비·치료비·보상금 관련 갈등 관리가 필요하고, 단골 비난 소재인 ‘고위 공직자의 부적절한 언행 처신’이 철저히 차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요 단체 등 반발 분위기’에 대해 3쪽에 걸쳐 정리한 내용이 주목된다. 진보와 보수단체 분위기를 종합하면서 “일부 진보성향 단체들은 ‘세월호 이후 최대 참사’로서 정부 책임론이 확대될 경우 정권 퇴진운동으로까지 끌고 갈 수 있을 만한 대형 이슈”라고 언급했다.

 한 여성단체가 성명에서 “사망자 중 여성이 97명, 남성이 54명으로 알려진다(작성 당시 기준)”고 언급한 대목을 인용하며 “여가부 폐지 등 정부의 반여성정책 비판에 활용할 것을 검토 중이라 한다”는 동향 보고도 담겨있다.

이같은 내용은 과거 정보 경찰이 민간인 사찰을 하며 정리한 사찰문건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에는 또 보수단체가 “진보시민단체들이 세월호 때처럼 여론몰이하고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경우 대응이 불가피한 만큼, 대규모 집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보고서는 ‘온라인 특이 여론’을 주제로 한 대목에서도  “온라인상에서 자극적인 사진과 영상이 여전히 확산된다”며 “정부 책임론이 부각 조짐”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보고서가 작성된 경위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경찰법에 경찰 직무 중 공공안녕과 질서에 관한 위험요소에 대한 정보수집 기능이 있고, 대통령령에 정보의 종류 중 하나로 정책정보를 두고 있다”며 “정책과 관련된 공공안녕과 위험 요소를 분석해 각 기관에 배부하도록 하고 있는 활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