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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입 다물자…검찰 “불법 대선자금 물증, 재판서 공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김용(56)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 대선 경선자금 8억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자, 검찰도 돈 가방 등 핵심 증거물을 제시하지 않으며 ‘두뇌 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신 검찰은 김 부원장을 상대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설립해 대장동 개발을 추진하고 김만배씨 등을 사업자로 선정하게 된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캐묻고 있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2010~2018년 당시 성남시 의원이던 김 부원장 조사를 통해 이재명 대표의 배임 혐의를 입증하는 수사를 벌이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지난달 22일 김 부원장을 구속한 다음 날부터 5일 연속 소환 조사하고, 휴일인 30일에도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에게 선거자금 관련 질문보다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대장동 일당과 친분 관계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고 한다. 김 부원장 측 변호인은 “검찰 조사에서 대장동 질문 비중이 90이라면, 선거자금 질문은 10밖에 안 된다”고 전했다.

대장동 개발 인허가 과정에서 당시 성남시 의원이던 김 부원장을 상대로 김만배·남욱 등 대장동 민간사업자에 특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춰 조사를 벌였다는 뜻이다. 이에 검찰이 오는 7일 김 부원장의 구속 만료를 앞두고 배임 혐의도 추가해 기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향후 대장동 개발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대장동 개발 관련 배임 혐의를 적용하려는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재명 대선 경선 캠프로 불법 대선자금이 유입됐다는 의혹에 대해선 조사는 진척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김 부원장이 지난해 경선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된 질문에는 일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부원장이 검찰이 압수한 자신의 휴대전화(아이폰) 비밀번호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검찰도 김 부원장 측에 현금 전달에 활용된 종이 박스와 가방이나 전달책인 남욱 변호사 측근 이모씨의 자필 메모 등 이미 확보된 물증을 제시하지 않았다. 또, 김 부원장 측이 알리바이를 꾸밀 수 있기 때문에 돈이 오간 날짜 역시 정확히 특정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필요한 인적, 물적 증거는 확보됐다. 향후 공판 과정에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역대 선거 득표율을 되짚으면서 시기마다 대장동 일당과 이해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낙선, 2008년 성남분당(갑) 국회의원 낙선 이후 2010년 처음 성남시장에 당선됐다. 당시 이 대표는 민주당이 약세였던 분당구에서 44.63% 표를 얻었는데, 김 부원장과 유 전 본부장이 각각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으로 있던 야탑3동과 정자2동에서 승리해 당선의 발판이 됐다. 2014년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한 전후, 대장동 일당이 이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실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정치자금법 위반죄 공소시효가 7년이라 2015년 이전 상황은 수사 성과가 없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하지만 김 부원장이 2014년 지방선거 때 수수한 정치자금의 경우 여러 개의 범죄행위를 한 번에 묶는 포괄일죄로 구성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포괄일죄가 되면, 공소시효는 마지막으로 돈이 오고 간 시점인 지난해 4~8월부터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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