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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비상경제민생회의, 보여주기로 끝나선 안 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생중계로 진행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생중계로 진행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민간에 활력, 규제 완화 방향은 바람직  

경제 불확실성에도 정부 위기감은 부족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첫 비상경제민생회의 생중계는 의미가 작지 않았다. 그간 비상경제민생회의를 비공개로 10차례 진행한 정부는 어제 11차 회의를 80분간 생중계했다. 그동안 국민은 캄캄한 동굴에서 길을 헤매는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경제를 이끌고 가는지 알기 어려웠다. 불확실성이 극대화하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깜빡이를 켜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어제 회의는 국민적 관심을 끌 만했다. 정부의 방향성을 알 수 있었고, 정부 부처 간 협업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몇 가지 협력 방안이 나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주로 경청하고 실무를 담당하는 장관들끼리 서로 협의하게 한 방식도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일자리는 민간이 만들고 투자도 민간이 해야 효율이 높다”고 했다. 적절한 방향 제시다.

어제 회의에서 드러난 경제 활성화의 관건은 결국 규제 완화라고 할 수 있다. 해외에 나가서도 적용하는 주 52시간제 규제를 유연하게 한다거나 근로자 30명 미만 영세기업의 연장근로 허용은 관련 기업과 종사 근로자들에겐 절실한 문제라는 것이 거듭 확인됐다. 조선산업에서 국내 기업 간 과당 경쟁이 빚는 부작용도 정부가 관련 업체와 긴밀히 협의해 지양해 나가기로 한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 외국인 인력을 대폭 확대하기로 한 것도 정부 부처 간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가라앉고 있는 만큼 15억원이 넘는 집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는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적절한 조치다.

다만 어제 회의가 국민의 기대에 못 미쳤다고 보는 반응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긴장감이 안 보였다. 윤 대통령이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높다”고 했지만 장관들 발언에는 위기의식이 드러나지 않았다. 고금리 여파로 일부 기업들과 중소 증권사조차 자금경색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도 주력산업의 업황이 좋다는 설명이 너무 장황했다. 더구나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더 악화할 게 분명해지고 있지 않나.

수출이 위기 극복의 디딤돌이라면서 현실은 어떤가. 한국 경제의 대들보인 반도체 산업은 경쟁국에 비해 뒤늦게 K칩스법을 만들었는데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글로벌 100대 유니콘 사업의 절반 이상이 한국에선 불법이거나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안은 아예 꺼내지도 않고 노동·교육·연금 등 경제 구조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이슈도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어제 회의의 교훈은 보여주기로 끝나선 안 된다는 점이다. 다음에는 산업별로 심층 토론을 통해 규제 혁파에 가시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 여당은 물론 야당 의원들도 참석시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시도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말보다는 실천이 중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