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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이혼 통보에 잔혹살해…"반성하지만 기억 안 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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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순천지원. [연합뉴스TV]

광주지법 순천지원. [연합뉴스TV]

외도를 의심하다 아내를 살해한 4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27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허정훈)는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41)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유족은 엄마이자 자녀와 형제인 피해자를 한순간에 잃었다. 특히 자녀들에게는 평생 엄마 없이 살아가야 하는 치료할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또한 유족들도 엄벌하라고 탄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과연 배우자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매우 잔혹하게 살해하고 그 이후에 아무런 구호 조치도 하지 않고 도주했다”고 덧붙였다.

이혼 통보에 격분…가정폭력에서 살인까지

판결문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7일 새벽 시간 전남 여수시 한 아파트 자택에서 부부간 말다툼이 시작됐다. 아내 B씨(40)는 평소 잦은 가정 폭력 등을 이유로 A씨에게 이혼을 통보한 게 발단이 됐다. 위협을 느낀 B씨는 아파트 단지에 주차된 자신의 차로 도망쳐 문을 잠갔다. A씨는 창문을 두드리며 '문을 열라'는 요구에도 듣질 않자 집에서 흉기를 챙겨 왔다.

A씨는 주변에 있던 보도블록으로 창문을 부수고 B씨를 때린 뒤, 차 뒷좌석으로 끌고 갔다. B씨가 '살려달라'고 소리치며 차 밖으로 피하자 뒤쫓아가 흉기를 휘둘렀다. A씨는 범행 후 곧바로 인근 야산으로 달아나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B씨는 광주광역시 모 대학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닷새 만에 숨졌다.

여수 의처증 살인 사건, 피해자 상담 확인서.

여수 의처증 살인 사건, 피해자 상담 확인서.

반성한다면서 ‘기억 안 나’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아내가 외도했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대화를 시도했다가 정신 차려보니 범행 후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도 관련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를 구하면서도 "범행 당시 상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A씨 측은 재판 중 합의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B씨 측은 제시된 합의안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B씨 남동생은 “A씨 가족이 ‘아파트를 팔고 그 돈을 줄 테니 아이들의 양육권을 달라’는 말도 안 되는 합의 제시안을 내놓았다”며 “살인을 저지른 집안에 절대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고 했다.

시댁에 도움 요청했지만 “알아서 해”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 측이 주장하는 가정폭력도 부인했다. B씨 남동생은 “누나가 A씨 의처증과 가정폭력으로 두려워했다”고 했다. 실제로 B씨는 사건 발생 닷새 전인 지난 2일 가족과 지인에게 팔과 목 부위에 멍든 사진과 함께 '남편에게 맞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재판 과정을 지켜본 B씨 남동생은 “판사님이 범행에 관해 얘기하니까 A씨가 울던데 누가 봐도 보여주기 식이었다. 가증스럽다”며 “원하던 만큼의 형벌을 받지 않았으며 가족회의를 거쳐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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