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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딸까지 체포 나선 푸틴…'러 패리스 힐튼' 망명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 TV쇼 스타 진행자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모셨던 상관의 딸인 크세니야 소브차크(40)가 러시아를 떠나 망명했다는 외신 보도가 등장했다.

27일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26일 수사관들이 모스크바 교외에 있는 소브차크의 저택을 급습했다. 러시아 당국은 소브차크가 그의 미디어 디렉터인 키릴 수하노프와 함께 이른바 ‘갈취 혐의’로 연루돼 체포 영장이 발부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TV쇼 스타 진행자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모셨던 상관의 딸인 크세니야 소브차크(사진)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소브차크가 러시아를 떠나 망명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러시아 TV쇼 스타 진행자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모셨던 상관의 딸인 크세니야 소브차크(사진)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소브차크가 러시아를 떠나 망명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러시아 항공·첨단기술 기업인 로스테흐의 수장이자 푸틴의 오랜 동료 세르게이 체메조프가 갈취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앞서 모스크바 티베르 지방법원은 수하노프가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전직 요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정보를 SNS에 공개하겠다며 체메조프를 협박해 1100만 루블(약 2억5000만원)을 챙겼다며 수하노프를 올해 12월 24일까지 구금하라고 명령했다.

이와 관련, AP 통신은 "소브차크는 정·재계 고위 인사들과 두루 알고 지냈다"고 설명했다.

소브차크 측은 이에 대해 "키릴 수하노프를 체포한 건 당국이 독립 언론을 억압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항공 첨단기술 기업인 로스테흐를 이끄는 세르게이 체메조프(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21년 7월 20일 모스크바 교외에서 열린 에어쇼 참석해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항공 첨단기술 기업인 로스테흐를 이끄는 세르게이 체메조프(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21년 7월 20일 모스크바 교외에서 열린 에어쇼 참석해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재 소브차크는 러시아에서 자취를 감췄다. AP통신은 타스통신과 러시아 국영 통신인 리아-노보스티를 인용해 소브차크가 이미 항공편으로 러시아를 탈출했다고 전했다. 소브차크는 두바이와 튀르키예(터키)행 티켓을 구매해 수사 당국에 혼선을 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벨라루스를 거쳐 리투아니아로 향했다.

27일 AP통신은 소브차크가 이스라엘 여권으로 리투아니아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다리우스 야우니스키스 리투아니아 국가보안부장은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시민들은 비자가 필요 없으며 90일간 리투아니아에 체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8년 2월 20일 러시아 대선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크세니야 소브차크. 로이터=연합뉴스

2018년 2월 20일 러시아 대선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크세니야 소브차크. 로이터=연합뉴스

크세니야 소브차크는 푸틴의 상관이던 아나톨리 소브차크 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의 딸이다. KGB 요원 생활을 청산한 푸틴은 아나톨리의 수석 보좌관으로 일했다. 아나톨리가 푸틴을 정계로 이끌어준 은인인 셈이다. 처음에 소브차크 가문은 푸틴과 가까웠다. AP 통신은 "푸틴은 크세니야의 대부로 알려져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크세니야가 반(反)푸틴 운동을 해도 아버지가 푸틴의 정치 스승인 덕분에 위험을 피할 수 있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간의 '금기'도 깨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정치분석가인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이번 체포영장 발부는 러시아 엘리트에겐 위험 신호"라면서 "푸틴을 후원했던 사람의 딸을 체포할 수 있다면 이제 더 이상 못 건드릴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2018년 3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크세니야 소브차크(오른쪽)가 대선 후보자들 간의 만남 자리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18년 3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크세니야 소브차크(오른쪽)가 대선 후보자들 간의 만남 자리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크세니야는 사교계 명사이자 리얼리티 TV스타로 이름을 알렸다. TV프로그램 '도전! 슈퍼모델 러시아'의 심사위원이기도 했던 그는 자유분방한 사생활 때문에 러시아판 패리스 힐튼으로 불렸다.

하지만 2011년부터 러시아의 독립 방송국에서 진행자로 활동하면서 반(反)푸틴 운동가로 나섰다. 그는 2011년~2013년 열렸던 푸틴 반대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앞서 2018년엔 러시아 대선에 시민발의당 소속으로 출마해 1.7%의 득표율로 4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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