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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장제원 앞 멈춰서 어깨 '팡팡'…尹 '6초 귓속말' 내용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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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장내를 순회하던 윤석열 대통령이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춰섰다. 대통령이 장 의원 어깨를 두 차례 두드린 뒤 가까이 다가가 귓속말로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6~7초간 카메라 셔터가 쉼없이 터졌고, 주변에 몰려든 의원들 사이 공기는 일순간 정지된 듯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장제원 의원과 인사를 나누며 어깨를 두드려주고 있다. 장진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장제원 의원과 인사를 나누며 어깨를 두드려주고 있다. 장진영 기자

장 의원 측 인사는 26일 통화에서 “대통령이 귓속말로 뭐라고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장 의원은 대통령에게 ‘연설을 너무 잘 하셨습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5달만의 공개 조우

친밀함이 묻어난 윤 대통령과 장 의원의 공개 ‘투샷’은 지난 5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해단식 후 5개월여만이다. 인수위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난 장 의원은 “내가 뉴스메이커가 되면 안 된다”며 용산 아닌 여의도행을 택했고, 이후에도 당직을 맡지 않아 윤 대통령과 공개석상에서 마주할 일이 없었다. 함께 ‘원조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불린 권성동 의원이 원내대표 겸 당 대표 대행으로 종횡무진하는 동안 장 의원은 반대로 스포트라이트를 가급적 피하려는 모습이었다.

당·정·청이 한데 모여 화합을 다진 지난 8월 25일 당 연찬회 때 장 의원이 윤 대통령 도착 11분 전 지방 일정을 이유로 일부러 자리를 먼저 뜬 일이 대표적이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윤 대통령이 다소 불편해했다는 말이 돌았지만 그날 장 의원은 연찬회장에 다시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앞서 5월 16일 윤 대통령이 추경(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차 국회를 찾았을 때도 장 의원은 공교롭게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자격으로 출국 중이었다.

상임위서 尹 적극 옹호

20일 오후 대전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전경찰청ㆍ세종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대전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전경찰청ㆍ세종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관계자는 “2선 후퇴 후 중심에서 물러났던 장 의원이 이번 ‘어깨 팡팡’으로 대통령의 여전한 신임을 입증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 적잖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8월 31일 “앞으로도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며 “지역구·상임위 활동 전념”을 선언한 장 의원은 두 달 가까이 중앙정치 무대를 멀리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젠 대통령과 관계가 정말 예전같지 않은 것 같다”(전직 의원)는 평이 나왔다.

하지만 장 의원은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적극적으로 윤 대통령을 옹호하며 충심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24일 행안위 종합 국감에서 자체 제작한 파워포인트(PPT)를 들고나와 “대통령 탄핵을 운운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한다는 여론조사를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도 하지 않은 업체들이 공표하는 상황을 방치해도 되느냐”고 박찬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에게 크게 호통쳤다.

지난 5일 국감에서도 선관위가 대선 당시 ‘청와대를 굿당으로 만들 순 없습니다’는 현수막을 걸 수 있도록 한 점을 지적하며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내로남불’ 현수막을 금지했다. 이런 ‘고무줄 잣대’, ‘부러진 저울’이 선관위의 현주소”라고 박 총장을 몰아세웠다. 장 의원은 여권 내 비윤(비윤석열)으로 평가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는 지난 12일 “산업은행 이전에 반대 의견을 밝힌 것은 서울 이기주의 아니냐”며 “5선 시장에 도전할 용의가 있느냐”고 민감한 질문을 퍼부었다.

‘장핵관’에 쏠리는 눈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악수하며 귀엣말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악수하며 귀엣말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26일 시정연설 직후 ‘윤 대통령이 왜 어깨를 두드렸냐’는 기자들 질문에 장 의원은 “내가 지역에만 있으니 불쌍해 보였나보다”고 농담했다. 실제로 2선 후퇴 선언 후 단 4건 올린 그의 페이스북은 태풍 피해 점검·민원 청취 등 지역구(부산 사상) 내 활약상이 전부다. 북한 도발·대장동 수사 등 굵직한 정치 현안에도 의견 표명을 일절 삼가는 그를 두고 당내에서 “본회의장에서 적극적으로 대통령에게 다가간 모습이 오히려 한발 밀려난 현주소를 드러낸 것”(중진 의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직 뚜렷한 친윤(친윤석열) 주자가 보이지 않는 전당대회 국면이라 장 의원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장핵관’ 그룹 움직임이 차기 당권 경쟁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장 의원은 불참을 선언했지만 이철규·김정재·송석준·배현진·정희용 등 그와 가까운 의원들이 주축인 당내 공부모임 ‘민들레(민심 들어볼래)’가 국감 종료 후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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