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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약자 고통 커져…예산안 기한 내 처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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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2023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법정 기한 내 예산안을 확정해 어려운 민생에 숨통을 틔워 달라”고 호소했다. 연설의 핵심 메시지였다. 엄중한 경제·안보 상황 극복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고, 반도체·원자력·인공지능(AI) 등을 거론하며 “미래 성장 기반 구축에도 힘쓰겠다”고 했다.

이날 오전 10시 더불어민주당의 헌정사상 첫 보이콧 속에 “국회의 협조를 부탁드리고자 5개월여 만에 다시 이 자리에 섰다”는 말로 취임 후 두 번째 시정연설을 시작한 윤 대통령은 어려운 대내외 여건부터 언급했다. 먼저 “전 세계적인 고물가, 고금리, 강달러의 추세 속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커지고 경제의 불확실성은 높아졌다.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들이 입는 고통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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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한 안보 상황과 관련해선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직접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은 최근 유례없는 빈도로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위협적인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며 “나아가 핵 선제 사용을 공개적으로 표명할 뿐만 아니라 7차 핵실험 준비도 이미 마무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응책으로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압도적 역량으로 대북 억제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이번엔 ‘자유·연대’ 언급 않고 꼼꼼한 ‘복지’ 강조

예산안에 대해선 “내년 총지출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축소 편성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건전 재정’ 기조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긴축 예산 기조 속에서도 약자 복지만큼은 더 꼼꼼히 챙기겠다고 했다. 연설 중 ‘약자’가 7번, ‘취약계층’이 2번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면서도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약자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며 생계급여 인상, 사회보험 확대 등을 예로 들었다. 이어 청년을 위한 주택 확대, 노인을 위한 기초연금 인상 등도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주요 내용

윤석열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주요 내용

윤 대통령은 성장 기반 구축도 강조했다. 우선 “메모리 반도체의 초격차 유지와 시스템 반도체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문인력 양성과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등에 1조원 이상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또 “무너진 원자력 생태계 복원이 시급하다”며 “원전 수출을 적극 지원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원전 해체기술 개발 등 차세대 기술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어 ▶양자컴퓨팅·우주항공·인공지능·첨단바이오 투자 지원 ▶소상공인 채무조정 및 재기 지원 ▶수도권 GTX 기존 노선의 적기 완공 등 세부 정책을 소개했다. 이를 언급하는 동안 경제를 13번, 투자는 9번, 산업은 5번 언급했다. 또 “사병봉급을 2025년 205만원을 목표로 현재 82만원에서 내년 130만원까지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예산안 처리를 위해 윤 대통령은 “국회의 협력이 절실하다” “국회와 머리를 함께 맞댈 때” 등 표현을 써 가며 협력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과거 연설마다 빠뜨리지 않았던 ‘자유·연대’를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콤팩트하게 필요한 메시지만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추상적 개념 대신 간결하고 담백한 메시지를 앞세워 현실적인 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는 취지다. 연설 말미에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법정 기한 내 예산안을 확정해 어려운 민생에 숨통을 틔워 주시길 기대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헌법 54조에 명시된 국회의 예산안 처리 시한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 2일이다. 이날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역대 최단 시간인 18분28초를 기록했다.

◆대통령, 서거 43주기 박정희 묘역 참배=윤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3주기를 하루 앞둔 25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박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현직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 서거일을 전후해 묘소를 찾은 것은 드문 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비공개로 참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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