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민주당, 검정 마스크 쓰고 로텐더홀 시위…헌정사상 첫 시정연설 불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더불어민주당이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 과거 대통령 시정연설 도중 일부 야당 의원이 항의 표시로 퇴장한 적은 있지만 시작부터 제1 야당이 전면 불참한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이 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기 직전, 의원총회를 열어 보이콧 방침을 확정했다.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이재명 대표는 전날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과 관련, “정상적인 정치를 거부하고 국민과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이제 우리는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외교 현장에서 국회 야당을 ‘이××’로 표현했고, 공개 석상에서 종북 주사파를 운운하며 협치 불가를 선언했다”(박홍근 원내대표)는 명분도 제기됐다.

관련기사

이후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국회 도착 시각에 맞춰 로텐더홀 계단으로 이동해 검정 마스크를 쓰고 규탄대회를 열었다. ‘국회 무시 사과하라’ ‘이×× 사과하라’ ‘야당 탄압 중단하라’는 문구의 피켓을 들고 “국회모욕 막말욕설 대통령은 사과하라”고 외쳤다. 당직자와 보좌진도 ‘사과하라’는 큰 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약 10분 후 윤 대통령이 국회에 들어섰을 땐 구호를 멈추고 침묵으로 항의했다. 대통령실 경호원이 민주당 의원들 앞을 가로막았을 땐 침묵을 깨고 “어디 국회의원 앞에 서 있어!” “경호원들 비키세요!”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 쪽을 힐끗 바라본 후 말없이 엘리베이터를 통해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사전 환담 장소로 이동했다. 사전 환담 참석 대상자인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도 로텐더홀에 남았다.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시작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맞은편 예결위 회의장으로 이동해 맞불 의총을 열었다. 회의 불참이 곧 “정치의 중단”(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이라며 일단 본회의장에 들어가 ‘부자감세 철회’ 등 피켓을 걸고 항의한 정의당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민주당 의총에선 “우리도 촛불집회에 나가자”(안민석 의원), “차차 우리도 나가야 할 것 같다”(김영배 의원) 등의 의견이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국회 밖으로 떠나자 다시 로텐더홀로 나와 “민생 외면 야당 탄압 윤석열 정권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해산했다. 시정연설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무지·무능·무대책 이미지인데 시정연설도 그와 같은 수준”(김성환 정책위의장)이라며 혹평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