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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되찾은 최나연 “은퇴 번복? 두 번 정도는 고민했어요”

중앙일보

입력

LPGA 투어 고별전을 마친 최나연이 25일 서울시 중구의 한 식당에서 은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인터뷰를 앞두고 밝게 웃고 있는 최나연. 고봉준 기자

LPGA 투어 고별전을 마친 최나연이 25일 서울시 중구의 한 식당에서 은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인터뷰를 앞두고 밝게 웃고 있는 최나연. 고봉준 기자

“왼손용 클럽을 사서 연습하려고요. 초보자의 자세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

필드 위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최나연(35)이 다시 밝은 미소를 되찾았다. 성공적으로 마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고별전을 되돌아보는 한편, 인간 최나연으로서 맞이할 제2의 인생을 희망찬 눈빛으로 그렸다.

최나연은 25일 서울시 중구의 한 식당에서 은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틀 전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는 듯 설레는 얼굴로 지금의 심정을 먼저 이야기했다.

최나연은 “사실 더 일찍 은퇴하려고 했지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경기를 치를수록 샷이 좋아져서 은퇴를 하지 못했다”며 웃고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홀인원(파3 12번 홀)을 기록한 뒤 은퇴 번복을 두 번 정도는 고민했다. 그래도 주위에서 ‘너처럼 이렇게 화려하게 은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는 고민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굳혔다. 지금은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최나연이 23일 LPGA 투어 고별전을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BMW 코리아

최나연이 23일 LPGA 투어 고별전을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BMW 코리아

어릴 적부터 뛰어난 실력과 빼어난 미모로 ‘얼짱 골퍼’라는 별명을 얻은 최나연은 2004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ADT캡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해 화제를 모았다. 이어 이듬해 본격적으로 KLPGA 투어로 뛰어들어 정상급 골퍼로 우뚝 섰다.

도전은 계속됐다. 2008년 조건부 시드를 받고 LPGA 투어로 떠났다. 데뷔 시즌에는 우승이 없었지만, 이듬해 삼성 월드 챔피언십과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에서 연달아 정상을 밟았고, 2012년에는 한국인 역대 6번째로 US여자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전성기를 달렸다.

통산 9승을 달성한 LPGA 투어를 떠나는 최나연은 “데뷔 시즌에는 월요 예선을 통해 대회를 뛸 수 있었다. 또, 선수들이 많이 나가지 않는 멕시코 대회로 가서 좋은 성적을 낸 뒤 다음 대회 출전권을 받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2016년 여름부터 슬럼프가 시작됐다. 하루는 85타를 친 뒤 숙소에서 골프채를 다 부러뜨린 적도 있었다. 이후 5~6년은 눈물을 흘리는 날이 더 많았다”고 힘든 시기를 떠올렸다.

23일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통해 LPGA 투어와 작별한 최나연(오른쪽 3번째)을 응원하기 위해 다니엘 강과 박인비, 김하늘, 유소연, 이정은5이 미디어센터까지 동행했다. 원주=고봉준 기자

23일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통해 LPGA 투어와 작별한 최나연(오른쪽 3번째)을 응원하기 위해 다니엘 강과 박인비, 김하늘, 유소연, 이정은5이 미디어센터까지 동행했다. 원주=고봉준 기자

이처럼 굴곡진 골프 인생을 보낸 최나연에겐 늘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있었다. 박인비와 신지애, 이보미, 김하늘, 이정은5, 유소연으로 이뤄진 ‘V157(2018년 12월 결성 당시 이들의 프로 통산 우승 횟수가 157회)’ 동료들이다. 특히 박인비와 김하늘, 이정은5, 유소연은 최나연의 LPGA 투어 고별전을 함께하며 의리를 뽐내기도 했다.

최나연은 “박세리 선배님께서 레전드 매치를 여시는 모습을 보며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도 V157이라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나중에는 우리 이름으로 그런 이벤트 대회를 열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11월 열리는 KLPGA 투어 최종전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을 통해 필드와 작별하는 최나연은 끝으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책 출판이다. 한 권의 책으로 나의 10대부터 20대, 30대까지의 기억을 되돌아보고 싶다. 또, 왼손용 클럽을 사서 초보자의 마음으로 골프를 다시 쳐볼까 한다. 계속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 내가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다. 안 그래도 방에다가 스크린골프 기계를 설치하기 위해 알아보고 있다”면서 특유의 털털한 웃음으로 제2의 인생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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