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경제위기 닥쳤는데 협치는 고사하고 대립만 하는 여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가 한동안 중지됐다. 장진영 기자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가 한동안 중지됐다. 장진영 기자

민주당, 압수수색 반발해 시정연설 거부

정치력 발휘 못하는 정부·여당에도 책임

윤석열 정부를 대상으로 한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어제 파행을 빚었다.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당사에 있는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시도하자 민주당이 한때 국감 일정을 전면 보류했다. 민주당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항의·규탄 회견을 벌이면서 종합감사가 예정돼 있던 상임위 등에서 국감이 줄줄이 차질을 빚었다.

민주당이 어제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국감에 복귀했지만, 여야 대치는 가팔라지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당사 침탈이자 국감 방해”라고 반발했고, 이재명 대표도 “국민이 퇴행한 민주주의를 지켜 달라”고 했다. 하지만 구속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관련해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을 무조건 거부하는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오늘로 예정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정부 입장을 설명하는 연설을 거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검찰의 ‘대장동 의혹’ 수사에 대해선 적법한 절차대로 대응하면 될 일이다. 향후 국회 일정 보이콧 등을 꺼내든다면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정당이 ‘이 대표 구하기’에만 몰두한다는 비난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정부·여당의 대응도 실망스럽다. 국정 운영의 주된 책임은 윤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에 있다. 이번 주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돌입해야 한다. 노인·청년 일자리, 지역 화폐, 기후위기 관련 예산 등을 놓고 이미 야당은 정부안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연말까지 예산안 처리에 동의해 주지 않으면 전년과 동일하게 예산을 집행하는 초유의 준예산 사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내년 예산과 연계된 세제개편안 등 쟁점 법안 처리도 민주당이 반대하면 불가능한데도 야당의 협조를 구하려는 여권의 진지한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 한국에는 경제·안보 위기라는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최근 자금 경색에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았지만,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요인이 여전해 장기적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고물가와 늘어난 대출이자로 서민은 고통을 호소하고, 수도권까지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경기 둔화 등으로 7개월 연속 무역적자마저 확실시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교육·노동·연금 등 3대 개혁도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한걸음도 나아가기 어렵다.

시급한 현안이 산더미인데 여야는 협치에는 관심이 없고 대립에만 열을 올린다. 온 나라가 정쟁에만 초점을 맞추기에는 다가올 위기가 너무 심각하다. 야당이 민생을 외면하고 무책임한 행동을 한다면 국민의 평가를 받을 것이다. 정부·여당 또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국정을 마비시키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