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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시진핑 3기 ‘차이나 리스크’는 한국에도 직격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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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2일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폐막식에서 투표를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2일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폐막식에서 투표를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규제 강화 우려에 주가·위안화 급락

대중 무역 의존도 높은 한국도 위험 신호

중국 시진핑 3기 체제 출범 직후 ‘차이나 리스크’가 급부상하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홍콩 증시의 항셍지수는 그제 하루에만 6.4%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충격을 받았던 2009년 4월 이후 13년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어제는 장중 한때 1만5000선이 무너지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홍콩 금융시장은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조달할 때 창구가 되는 곳이다.

종목별로는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주가 하락 폭이 컸다. 알리바바·징둥닷컴 등 미국 증시에 상장한 5대 중국 기업의 시가총액은 그제 521억 달러(약 75조원)나 쪼그라들었다. 중국 통화가치도 흔들리고 있다.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중국 위안화 가치는 약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중국 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사상 최저(환율은 사상 최고)인 달러당 7.3위안 선까지 밀렸다.

지난 22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선 시진핑 1인 지도체제를 강화했다. 개혁·개방을 추진해 온 리커창 총리 등이 퇴진하고 시 주석 측근 인사들로 최고지도부가 채워졌다. 시장에선 공동부유와 사회주의 현대화를 명분으로 민간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와 당의 규제가 심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주가와 통화가치 하락은 이런 정세 변화에 대한 금융시장의 반응이다.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국가별 비중을 살펴보면 중국이 압도적 1위다. 중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이미 지난 6월을 고비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다행히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은 당장 중국발 충격에 흔들리는 모습은 아니다. 코스피는 2230선을 회복했고, 원화값은 이틀 연속 상승(환율은 하락)했다.

그렇더라도 마음을 놓을 순 없는 상황이다. 최근 레고랜드 부도 사태가 촉발한 시중 자금 경색은 금융시장 전반의 취약성을 잘 보여줬다. 특히 홍콩 증시와 연계한 파생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에선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홍콩 증시와 연계한 ELS의 미상환 잔액은 20조원이 넘는다.

한국 경제는 올해보다 내년에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1.9%를 제시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내년 성장률이 1.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위기’에 수출·소비 부진까지 겹쳐 총체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민생을 외면하고 정쟁과 대립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경제 전반에 걸쳐 있는 위험 신호를 결코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엄중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위기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