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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화영, 쌍방울 법카 2972번 긁었다…대가는 관련주 폭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018년 경기도청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이화영 페이스북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018년 경기도청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이화영 페이스북

2972회.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018년 7월 10일∼2021년 10월 19일 쌍방울그룹 계열사의 법인카드를 사용한 횟수라고 검찰이 파악한 숫자다. 금액으로는 1억9900여만원이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지난 1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 전 부지사를, 뇌물 공여 및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 등으로 쌍방울그룹 부회장 A씨를 각각 구속기소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22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이 전 부지사에 대한 공소장에는 쌍방울그룹이 경기도와 북한의 상징적 교류 확대를 지원하고 계열사인 나노스(현 SBW생명과학)가 각종 사업권을 획득하는 모양새를 창출해 주가를 코스닥 시총 전체 3위로 끌어올려 실익을 얻는 과정이 상세히 담겨 있다.

쌍방울, 부지사 되자 금전 제공 확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진 이화영 페이스북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진 이화영 페이스북

 공소장에 따르면 당시 쌍방울그룹 회장인 김성태씨는 과거 남북교류협력사업 경험이 있는 이 전 부지사를 고문(2011년 10월~2017년 3월)으로 위촉해 고문료로 1억8050만원을 줬다. 고문 계약 만료 이후에는 사외이사(2017년 3월~2018년 6월)로 영입해 총 3800여만원을 지급했다. 쌍방울 계열사의 법인카드를 제공한 것은 2015년 5월부터다.

쌍방울의 금전적 지원은 이 전 부지사가 ‘공무원’이 된 2018년 7월 이후 오히려 본격화됐다. 검찰은 공소장에 “이 전 부지사는 그 무렵부터 쌍방울이 제공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사실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법인카드를 반납하고 쌍방울 총무팀장 명의의 새로운 신용카드를 받아 사용했다”고 썼다.

2020년 3월부터는 차도 받아 썼다. 렉서스와 카니발을 교대로 제공받았다. 처음 차를 받은 건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부지사직을 사임하고 킨텍스 대표이사(2020년 9월 취임)가 되기 전이었지만 대표이사 취임 후에도 지난해 7월까지 차량을 반납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이외에도 자신의 측근이 쌍방울에 취업한 것처럼 꾸며 받은 돈 등을 포함해 약 3억2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고, 이 중 2억6000만원이 뇌물죄가 적용되는 공무원 시절에 받은 금전이라고 파악했다.

경기도 ‘화해’ 광낼 때, 나노스 시총 3위 횡재 

리종혁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왼쪽)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이화영 페이스북

리종혁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왼쪽)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이화영 페이스북

 이 전 부지사는 취임 직후부터 경기도의 대북 사업에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와 쌍방울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그 첫 작품이 2018년 11월 경기도와 아태협이 공동주최한 ‘제1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였다. 행사비 일부를 아태협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쌍방울이 댔다. 쌍방울은 이때부터 아태협에 사무실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금전 지원을 시작했다.

한때 법정관리 상태였다가 쌍방울그룹에 편입된 나노스는 이화영의 부지사 취임 직전부터 ‘경협 수혜주’로 꼽히며 주가가 수직 상승해 2018년 5월~9월 코스닥 시총 2~3위에 안착했다. 나노스의 주가 고공행진은 경기도와 쌍방울의 상부상조가 계속되던 2019년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검찰은 공소장에 “쌍방울은 아태협 회장 안부수씨와 이 전 부지사를 통해 북한과의 경제협력 사업에서 우선적 참여 기회라는 이권뿐 아니라 계열사가 대북 테마주·수혜주로서 주가 상승의 이익을 얻게 됐다”고 밝혔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회장 김성태와 부회장 A씨, 안부수 아태협 회장 등과 함께 2019년 1월 16~19일 중국에 머물렀다. 그동안 쌍방울은 이 전 부지사와 안씨 등의 도움을 받아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와 경제협력 관련 합의서를 작성(2019년 1월 17일)했다.

2019년 3~4월 조선아태위 요청에 따라 평안남도 일대 밀가루·묘목 등 지원 사업을 추진한 경기도는 같은 해 5월 ▶밀가루·묘목 지원 ▶평화를 위한 아시아 국제배구대회 참가▶‘2019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필리핀 공동개최▶평양공동선언 1주년 기념행사 DMZ 평화페스티벌 개최▶개성 수학여행 등을 공식 남북평화협력사업으로 발표했다.

 검찰은 쌍방울이 구체적인 대북 이권 획득을 구체화한 시점이 2018년 5월이라고 파악했다. A씨 등은 2019년 5월 10~16일 중국에 체류하면서 북한의 민족경제협력연합회(이하 민경련)와 경협 합의서를 작성했다. 나노스 등을 통해 북한의 지하자원개발 협력사업과 관광지·도시개발사업, 물류유통사업, 자연에네르기 조성사업, 철도건설관련사업, 농축수산 협력사업 등 6개 분야에 우선적 사업권을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경기도는 2019년 7월 ‘제2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필리핀 마닐라에서 아태협과 공동 주최했고, 쌍방울은 1회 때처럼 행사비를 지원했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장에 경기도와 쌍방울그룹이 대북 사업을 두고 긴밀하게 협력하는 사이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개입 여부와 역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은 김성태 전 회장 등의 주가조작 및 횡령 혐의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쌍방울그룹이 직원 수십명을 동원해 중국으로 수십억 원을 달러로 밀반출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및 재산국외도피죄 등)도 최근 추가로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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