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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동찬의 댓글 읽어드립니다

민주당 피 흐른다는 국회의장?…정치중립은 윤리 넘어 법적 의무

중앙일보

입력

신동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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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나는 고발한다' 필진이 자신의 칼럼에 달린 댓글을 직접 읽고 생각을 나누는 콘텐트인 '나는 고발한다 번외편-댓글 읽어드립니다'를 비정기적으로 내보냅니다. 오늘은 외교 분쟁과 제재에 대한 법률적 전문가로 국제관계와 외교에 관심이 많은 신동찬 변호사가 주인공입니다. 그가 쓴 '허겁지겁 박진 해임안 통과…김진표 '민주 고무도장' 전락했다' 칼럼에 달린 댓글에 그가 직접 답변해드립니다.

신동찬 변호사는 칼럼에서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데 대해 "장관을 한사코 해임하라고 '쪽수'로 몰아붙인 야당 행태도 어처구니없지만 김진표 국회의장이 가장 실망스럽다"고 비판했습니다. "여야를 중재하는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거나 국익을 위한 판단을 하는 대신 민주당 당론을 따르면서 속된 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을 쳤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이에 한 독자는 "뭐가 문제인가? 다수당이 이끌어 가는 것은 당연하다"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반면 "국회의장 재임 기간은 어느 당에도 소속되지 않는 무소속이다. 그런데 국회의장 후보 시절 내 몸에는 민주당 피가 흐른다고 망언을 했다. 뭘 기대하겠는가?"라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댓글과 신 변호사의 답변을 보시죠.

뭐가 문제인가? 다수당이 이끌어 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lee4****)
의회에는 항상 다수당이 있고 소수당이 있죠. 다수당이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한다면 그게 과연 의회 민주주의일까요? 독재 정권 시절 군부 독재를 지지하던 여당은 대부분 다수당이었는데 소수인 야당이 국민을 대변해 투쟁도 하고 또 여당과 야당이 서로 논의해 합의할 수 있는 건 합의해 나가기도 했거든요. 다수당이라고 모든 걸 다 자기 뜻대로 한다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신동찬 변호사의 국회의장 비판은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최근의 정국 상황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려는 듯하다. 대통령과 현 외교팀의 무능에 야당이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장관 해임 건의안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법률 전문가가 형식 논리로 국회의장 욕을 하는 것은 다분히 야당을 때리고, 현 정부의 외교 실패를 희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alsa****)
야당이 따질 기회가 과연 없었을까요? 여당의 외교 실책, 대통령의 외교 참사라고 생각했으면 현재도 진행 중인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장관을 불러 질문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충분히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요? 미국 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한한 와중에 그렇게 허겁지겁 장관 해임 건의안을 꼭 통과시켜야 했을까요. 제 의문은 바로 그 점입니다.
"국회의장은 그래선 안 된다"는 윤리적인 논리로는 절대 설득되지 않는 집단이 된 지 오래입니다. 5선이나 되었어도 자신에게 주어진 다섯 번의 국가를 위한 봉사 기회라 생각할 리 만무합니다. 자신의 영달과 밥그릇이 처음부터 끝까지 목적인 사람들로밖에 설명되기 어려운 행태들만 보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mis0****)
단순히 윤리적인 의무만은 아니고 국회법에도 자세하게 규정돼 있는 법정 의무고요, 그다음에 중립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의장에게 여러 가지 권한을 부여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고려해 의장이 어느 한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신중하게 생각해서 행사했으면 어땠을까요?
김진표는 국회의장의 직무가 원지도 모르는 개념 없는 사람이다. 국회의장 재임 기간은 어느 당에도 소속되지 않는 무소속이다.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민주당에서 국회의장 후보가 되고 나서 내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른다는 망언을 했다. 이런 사람에게 뭘 기대하겠는가? (kohe****)
민주당에서 하자는 대로 그냥 해 주신 것 같습니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여러 국회의장 후보들이 국회의장이 되겠다고 나서서 경선을 통해 국회의장이 되셨잖아요. 의장이 되면 당적을 버려야 하지만, 선출하는 과정에서는 결국은 그 당에서 제일 많은 지지를 받아야만 이렇게 당선이 될 수 있는 구조이죠. 그래서 결국 다수 의원들의 입맛에 맞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요?
한 나라 외무장관을 정치적 이유와 거대 야당의 힘을 보여주려는 듯 횡포에 가까운 해임안 상정. 조폭의 의리처럼 누구 하나 이러면 안 된다고 자제시키는 일도 없었다. 독재의 습성인가? 99.9% 찬성표 찍는 북을 닮았다. 이게 정치인가? (youn****)
국회의장님에 대해서만 제가 주로 말씀드렸는데 국회의원 한 분 한 분도 헌법에 나와 있는 헌법 기관이거든요. 얼마나 책임이 막중한 자리입니까. 예전에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을 통과시킬 때도 민주당 조응천 의원 같은 분들은 언론이나 그런 데서는 문제점을 막 지적을 하다가 결국 표결을 할 때는 다 찬성으로 돌아섰더라고요. 허탈하고 배신감 같은 것도 느껴집니다. 미국에서는 주요 선거 때마다 과거 ‘이라크 파병안에 대해 이러이러하게 표결을 했다’ ‘아프가니스탄 파병안에선 또 이렇게 표결했다’ 그런 것들을 가지고 치열하게 논쟁하고 그 과정에서 ‘당신은 왜 지금 말을 바꿨느냐’는 식의 그런 논의가 오갑니다. 언론에서 그런 부분을 부각해야 국회의원들이 당론과 무관하게 본인의 양심과 국익에 한 번 비추어 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동찬의 원 픽(PICK)

힘은 바르게 옳게 쓸때 권위가 생긴다. 머릿수 많다고 치기 어린 힘으로 밀어붙이면 제 힘에 넘어간다. 우리 정치는 도의(道義)가 없다. 그러니 개그 코너 없어진 세상에 웃음을 준다. 개도 웃을 일이 무시로 일어나니 웃을 기운도 없다. (toyk****)

"힘이 있다고 해서 삼국지의 ‘조자룡 헌칼 쓰듯이’ 하게 되면 힘의 정당성이 자꾸 떨어지죠. 미국 부통령이면 미국의 2인자잖아요. 그런데 그 분이 미국 대통령 대신해서 우리나라에 방문하고 그러면 그분을 영접하고 안내하고 행사를 다 주관하는 분이 외교부 장관이잖아요. 그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이 발의가 돼 있고 그게 국회에서 덜컥 통과가 됐다는 것을 다 알고 있겠죠. 그러면 그 상대방 측에서 영접하고 행사 같이 다니고 설명하는 외교부 장관을 어떻게 보았을까요? 더구나 의장께서 취임 간담회에서 외교는 초당적으로 해야 되고 의회가 더 돕겠다고 말했는데, 돕는 게 아니라 크게 방해하셨죠. 앞뒤가 안 맞는 말씀을 하셔서 정말 실망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