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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김홍희에 사자명예훼손죄 적용…“하루아침에 공무원이 월북자 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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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홍희

김홍희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고(故) 이대준씨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자진월북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게 이미 일부 조작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청구한 김 전 청장 구속영장에 허위사실을 요건으로 하는 ‘사자명예훼손죄’가 들어 있어서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18일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 전 해경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각각 3가지 혐의를 적시했다. 서 전 장관에겐 형법상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작성, 공용전자기록등손상 혐의가 적용됐고, 김 전 청장에겐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과 함께 사자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됐다.

형법 제308조에 따르면 사자의 명예훼손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할 것을 요건으로 한다. 해경은 이씨가 2020년 9월 22일 밤 서해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지 한 달 뒤인 같은 해 10월 22일 3차 수사결과 발표에서 “도박으로 돈을 탕진한 이씨가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하면서 이씨가 도박을 했으며 채무도 있었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했었다.

검찰 관계자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망사건의 의미에 대해 “하루아침에 월북자가 되어버린 대한민국 공무원과 월북자의 가족이 된 유족에게 사건 발생 직후부터 지금의 수사에 이르기까지 과연 대한민국이나 국가는 무엇인가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기보다 월북 발표가 조작됐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검찰은 또 “공무원 피격 이후 국방부·해경 등이 ‘월북이다’ 이런 취지로 발표까지 했는데 과연 국가기관들이 헌법과 법령에서 정한 시스템과 절차에 따라 국민을 위해 국가가 해야할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라고도 했다.

이 사건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 책임자의 죄를 물을 가능성이 열려있느냐는 질문에 검찰은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건 당시 안보실엔 서훈 전 안보실장, 서주석 1차장 등이 재직 중이었다.

한편 검찰은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의 구속영장 신청 이유에 대해 “두 사람의 신병을 신속히 확보하는 것이 제대로 된 수사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며 “두 사람은 (국방부와 해경의) 최고 결정자이고 최종 책임자”라고 밝혔다.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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