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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는 눈물 흘렸다…365일중 350번 외식, '별' 주는 그들 정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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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얼굴이 알려진 탓에 제가 레스토랑을 방문하면 셰프들이 긴장하곤 합니다. (웃으며) 하지만 저는 별은 매기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해요. 철저하게 조사원(inspector)들이 결정하죠. 저희 조사원들은 1년에 350회 밖에서 식사를 합니다.”

지난 14일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 그웬델 뿔레넥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유지연 기자

지난 14일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 그웬델 뿔레넥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유지연 기자

지난 13일 ‘미쉐린가이드 서울 2023’ 편이 발간됐다. 미쉐린가이드는 올해로 122년을 맞은 세계적인 레스토랑 가이드다. 서울 편은 지난 2017년 시작해 이번이 7회째다. 올해는 35개의 스타 레스토랑과 57개의 빕 구르망(인당 4만5000원 이하 식당) 레스토랑을 포함해 총 176곳의 레스토랑이 선정됐다.

그웬델 뿔레넥 미쉐린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 인터뷰

이날 미쉐린가이드 발표가 있었던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 연회장에는 별을 받은 식당의 셰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비공식적으로 서울 시내 이름난 레스토랑이 모두 휴업을 하는 날인 셈이다. 매년 미쉐린가이드가 발표되는 날 하루만큼은 식당 문을 닫고 업계 동료들과 별을 받은 기쁨을 함께한다.

올해는 새로운 ‘3스타’ 식당도 탄생했다. 서울 한남동의 ‘모수’다. 전 세계 단 130개만 있는, ‘요리가 매우 훌륭해 특별히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이다. 모수를 이끄는 안성재 셰프는 수상을 하면서 “3스타 셰프복이 무척 무겁다”며 감격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13일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발간 행사에서 스타 레스토랑 셰프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미쉐린 가이드 서울

지난 13일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발간 행사에서 스타 레스토랑 셰프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미쉐린 가이드 서울

이처럼 한 해 전 세계의 미식 업계는 미쉐린가이드로 울고 웃는다. 타이어 회사보다 음식적 평가로 더 유명한 미쉐린가이드의 인터내셔널 디렉터 그웬델 뿔레넥을 지난 14일 화상으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19로 조사원들의 활동이 쉽지 않았을 텐데.  
미쉐린에는 국제 조사원과 현지 조사원이 있다. 코로나19 동안에는 현지 조사원들이 활동했다. 여행이 제한되고, 레스토랑도 위생 기준을 강화해 평가에 제약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글로벌 조직이기 때문에 일관된 교육과 동일한 방법론을 바탕으로 평가에 임한다. 전 세계 조사원들의 미식 여정은 해외여행이 완전히 자유롭게 되면 재개될 예정이다.  
미쉐린 조사원들은 ‘언더커버(위장)’로 활동하는 것을 유명하다.  
모두 익명으로 활동한다. 연령·성별이 다양하면서 일반 고객과 똑같이 행동하기 때문에 레스토랑에서 전혀 알 수 없다. 이들은 외식을 1년에 350회 정도 한다. 완전한 ‘전업(full-time)’ 일자리다. 한 식당에 한 명이 갈 때도 있고, 여러 명이 갈 때도 있다. 하지만 한 레스토랑에 두 번 이상 방문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다. 대신 한 식당에 여러 명의 조사원들이 방문해 평가의 공정성을 유지한다. 별에 대한 최종 결정은 팀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조사원이 만나서 자신의 의견을 공유하고, 별을 주는 것에 합의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이 조사원이 되나.
업계에서 10년 이상 실무 경험을 한 사람들이다. 파티시에(제과제빵사)나 소믈리에, 셰프, 접객 매니저 등이 대부분이다. 3년 정도 점심·저녁으로 선임 조사원들과 함께 교육을 받은 뒤 투입된다. 모두 동일한 교육을 받기 때문에 여러 나라의 요리 기법이나 문화에 폭넓은 이해를 가지고 있다. 유럽 조사원도 아시아에서, 아시아 조사원 역시 유럽· 미국 어디든 가서 평가를 할 수 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책자 표지. 사진 미쉐린 가이드 서울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책자 표지. 사진 미쉐린 가이드 서울

별을 주는 기준은.
다섯 가지 원칙이 있다. 요리의 수준(품질), 요리의 완벽한 기법, 요리를 통해 표현한 셰프의 창의적 개성, 조화로운 풍미,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이다.  
1인 평균 45000원이하 식당인 ‘빕 구르망’은 어떻게 선정하나.
먼저 신문·잡지·소셜미디어 등 가용한 모든 채널을 통해 레스토랑을 찾는다. 그리고 요리의 수준이 조사원들의 평가 기준 범위에 합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방문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레스토랑이 발굴되기도 한다. 빕 구르망의 평가도 스타 레스토랑의 평가 기준과 동일하다.  
서울의 ‘3스타’ 식당이 새롭게 추가됐다. 얼마나 대단한 건가.  
3스타는 전 세계 미식가들이 ‘궁극의 미식 경험’을 할 수 있는 식당이라는 의미다. 전 세계에 130여 개뿐이다. 이는 세계 동일 기준이다. 서울의 3스타 레스토랑이 프랑스 파리에 있다 해도 3스타라는 의미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에서 새롭게 3스타 레스토랑에 선정된 모수의 음식. 사진 미쉐린 가이드 서울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에서 새롭게 3스타 레스토랑에 선정된 모수의 음식. 사진 미쉐린 가이드 서울

코로나19에도 서울의 파인 다이닝(최고급) 레스토랑은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호황이었다.
세계적 경향이었다. 우리 조사원들도 예약이 어려웠을 정도였다(웃음). 고급 외식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다. 셰프들에게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점차 자신이 ‘뭘 먹는가’에 대해 신경 쓰고 있다.  
이번 서울판을 발간하면서 눈에 띈 트렌드는.
서울은 ‘새로운 미식의 수도’다. 코로나19에도 서울의 미식 취향이 한 단계 더 올라선 것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코로나19로 해외에서 활동하던 셰프들이 서울로 돌아오면서 새로운 미식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전통 음식에 기반을 두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이번 미쉐린 가이드 서울2023의 새로운 1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6곳 중 4곳이 ‘컨템퍼러리(동시대의)’ 레스토랑이었다. 프렌치·이탈리안 등 서양 음식에 한국 식재료나 한국적 요리 테크닉을 더한 현대적 식당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에서 새롭게 2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스와니예'의 음식. 사진 미쉐린 가이드 서울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에서 새롭게 2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스와니예'의 음식. 사진 미쉐린 가이드 서울

해외에서의 K-푸드에 대한 인식이 궁금하다.  
해외 미쉐린가이드에서 별을 획득하는 한식당이 늘고 있다. 이달 초 발간된 뉴욕 가이드에도 별은 받은 한식당이 9개였다. 정교하고 세련된 요리 스타일이 인기의 이유다. ‘발효’ 등 한식 요리 기법이 다른 나라의 요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년 42개 지역의 가이드를 발간하고 있다. 조사원 비용 등 엄청난 예산을 쏟을 것 같은데.  
올해가 가기 전에 캐나다 밴쿠버와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편도 새롭게 발간된다. 우리는 계속 확장하고 있다. 목적은 모든 미식가에게 최고의 외식 장소를 제공해주기 위한 것 뿐이다.  
수익 모델이 뭔가.  
미쉐린가이드 자체로 자생적이고 독립적 비즈니스 모델이다. 상당히 많은 자원이 들어가지만, 자동차·시계 등 다른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이나 지방자치단체의 후원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스탄불 편 발표 시 당국의 재정 지원이 있었다. 물론 평가의 독립성은 철저히 유지한다. 지금 한 지역의 미식 수준은 국가를 홍보하는 훌륭한 수단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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