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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윤송이ㆍ김택진 부부, 'AI에 없는 창의성' 고민한 결과는

중앙일보

입력

20일 오전 서울 동숭동 NC문화재단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윤송이 재단 이사장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20일 오전 서울 동숭동 NC문화재단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윤송이 재단 이사장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인공지능(AI)의 시대, 천재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인간도 살만 할까,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천재 소녀’였던 이가 10년 간 천착한 질문이다. 그리고 내놓은 답은. “평범한 일상 속 창의성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며, 미래 세대에게 줘야 할 건 바로 그 창의성을 발휘해 볼 기회다.” 윤송이(47) NC문화재단 이사장이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윤 이사장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창업자)의 부인이자, 회사 최고전략책임자(CSO·사장)다.

무슨 일이야 

엔씨소프트의 비영리 공익재단 NC문화재단은 이날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위치한 재단에서 창립 10주년 기념 컨퍼런스를 열었다. 윤 이사장은 “이제까지는 소수 천재의 창의성에 초점을 맞췄지만 일상적 수준의 창의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학계에 대두되고 있다”며 “창의성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그 일환으로 윤 이사장이 강조한 것은 “청소년들이 마음껏 무언가를 해볼 공간”. 지난해 재단 건물 내에 문을 연 창의 공간 ‘프로젝토리’는 10~18세 청소년의 자유로운 기획·제작 활동을 위해 450㎡ 면적에 전자·음향·목공·미술 기기 등을 갖췄다. 윤 이사장은 “요즘 시대의 럭셔리는 어지럽힐 수 있는 것”이라며 “소외 계층 아동에게 창의성 교육 기회가 덜 주어지고 있는데, 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지 않도록 재단이 신경 쓰겠다”고 했다.

이날 컨퍼런스 주제는 ‘창의성, 일상의 모든 순간’. 폴 김 스탠포드대 교육대학원 부학장은 기조 강연에서 “많은 분야에서 창의성을 갈망하는 이유는 공공선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축사에서 “뇌세포는 사용에 따라 만들어지므로, 창의성은 노력하면 길러진다”고 했다. 컨퍼런스에는 김택진 대표도 참석했다.

뭘 하는 거야

뇌 과학자(MIT 컴퓨터신경과학 박사)인 윤 이사장은 사회공헌 활동에서도 AI와 윤리, 인간 창의성이라는 주제에 집중해 왔다.“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을 AI가 한다면 사람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뭘까 질문해 왔다”고.

윤 이사장은 “엔씨는 게임 회사이므로 놀이와 동기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많고, 이를 공간적으로 구현한 것이 프로젝토리”라고 했다. 대표적 언택트 기업의 사장이지만, 오감 만족으로 뇌 자극을 주는 물리적 활동을 강조한 것.

재단은 보호시설 청소년 교육도 6년째 지원하고 있다. 재단의 초대로,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학생들이 겨울방학 한 달 간 한국에 머물며 ‘소년의 집’ 등 보육원 청소년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윤 이사장은 “보호 아동을 대상으로 ‘진취적이 돼라’는 강연을 한다고 좋은 반응이 나오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MIT 학생들과 지낸 후에는 이들이 우주인·과학자 같은 장래 희망을 얘기하더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4월부터 ‘AI 프레임워크’ 시리즈를 회사 블로그에 게재한다. 윤 이사장이 페이페이 리 스탠퍼드대 교수, 제임스 미킨스 하버드대 교수 같은 석학들과 화상으로 만나 AI 시대의 윤리·철학적 논점을 주제로 대담한다. 윤 이사장이 기획과 섭외를 직접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이사장은 스탠퍼드 대 인간중심 AI 연구소(Human-Centered AI Institute, HAI) 자문 위원이기도 하다.

20일 NC문화재단 창립 10주년 컨퍼런스에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참석했다. 사진 연합뉴스

20일 NC문화재단 창립 10주년 컨퍼런스에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참석했다. 사진 연합뉴스

회사 사업엔 도움 될까

윤 이사장의 평소 지론은 “게임은 신 기술의 베타테스트(상용화 전 검사) 현장”이라는 것. AI 분야에 일찌감치 관심 가진 배경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윤 사장은 “주류가 아닌 기술도 게임에는 많이 활용된다”며 “컴퓨터든 기술이든 먼저 갖고 놀아본 후에 실용적 접근으로 넘어간다”고 했다.

엔씨소프트는 2011년 별도의 AI 연구조직을 만들었다. 동종업계의 넥슨(2017년)이나 넷마블(2018년)보다 빠르게 AI 투자에 나섰다. 태스크포스(TF)로 시작한 조직은 현재 200여 명의 전문 개발 인력을 둔 ‘AI센터’로, 회사의 핵심 연구 조직이 됐다.

개발한 AI 기술 중 일부는 회사 사업에 활용된다. 이용자들이 게임을 즐기다가 채팅 창의 AI 번역 기능을 이용, 다양한 국적의 이용자들과 실시간 대화를 주고받는다. 리니지 게임 속 논플레이어 캐릭터(non-player character, NPC)에 AI 기술이 적용돼, 마치 사람이 조종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게이머들과 전투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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