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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코딩 대신 화장실 교육?…엔씨소프트 어린이집 IT 활용법

중앙일보

입력

엔씨소프트 법인 등기부등본 사업목적엔 ‘교육서비스업’이 포함돼 있다. ‘게임 회사가 웬 학원사업?’ 할 수 있지만, 이유가 있다. 이전까지 위탁업체에 맡겨 운영하던 사내 어린이집을 2013년 직영 어린이집 ‘웃는 땅콩’으로 전환하며 내부에서 교육프로그램도 직접 개발하기 시작했기 때문. 실제 엔씨소프트 웃는 땅콩 기획실엔 60여 명의 어린이집 교사 외 20여 명의 직원들이 직접 커리큘럼 등을 연구개발한다.

본업인 게임 산업 경쟁력 키우기도 바쁠텐데 왜 직영으로 어린이집까지 운영할까. 게임 기업의 IT 노하우는 유아교육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을까. 이 회사 직원 아닌 부모들이 참고할만한 교육 노하우는 없을까. 임효미(45) 웃는 땅콩 어린이집 원장을 지난달 1일 경기도 성남시 엔씨소프트 본사에서 만났다. 유치원 교사 출신인 임 원장은 2012년 엔씨소프트에 입사해 10년째 웃는 땅콩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임효미 엔씨소프트 어린이집 원장. 임 원장은 2012년부터 엔씨소프트 어린이집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사진 엔씨소프트]

임효미 엔씨소프트 어린이집 원장. 임 원장은 2012년부터 엔씨소프트 어린이집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사진 엔씨소프트]

왜 직영으로 운영하나.
엔씨소프트 직원 4300여 명의 평균 나이가 35.5세다. 직원들에게 가장 필요한 복지 중 하나가 어린이집이다. 현재 원아 200명이 다니는데 안정적이고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직영을 택했다. 교사도 전원 엔씨소프트 직원이다. 내년 3월엔 판교역 인근 임대 사옥 건물 한 층에 80~100명 규모 어린이집을 추가로 개원할 예정이다.  
직영으로 하면 뭐가 다른가.
모든 교육 콘텐트를 사내 커리큘럼 개발팀이 교사들과 직접 만든다. 커리큘럼 개발팀은 일종의 사내 벤처인 셈이다. 놀이식 언어 프로그램 ‘엔씨 콩콩’이 대표적이다. 처음엔 외국인이 직접 와서 특별활동 식으로 강의했다. 그런데 교사별로 편차가 컸다. 생각해보니 아이들과 상호작용을 가장 많이 한 담임교사가 가장 친숙하게 수업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담임 교사가 외국어를 가르칠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어떤 특징이 있나.
만 2~5세 연령에 맞춰 영어, 중국어를 동화 80개·동요 80개로 익힐 수 있게 구성했다. 언어 비전공자인 담임 교사도 외국어를 가르칠 수 있다는 전제로 개발했다. 순서대로 클릭만 하면 수업을 할 수 있다. 지난 수년간 아이들 반응을 토대로 수시로 업데이트했기 때문에 학습 효과가 뛰어나다. 중국어를 전혀 못하던 교사가 이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1년 가르치고 중국에 갔더니 공항에서 중국어를 알아 들을 수 있게 돼 놀랐다고 한 경우도 있다.
IT 기업의 기술력이 반영된 게 또 있다면.
운영 관리시스템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했다. 선생님도 직원이다 보니 방학 대신 연차를 번갈아가며 쓴다. 만약 오늘 선생님이 나오지 않았는데 아이에 대한 정보를 그 선생님만 알고 있으면 안 되니 운영 관리시스템에 다 기록하고 공유하도록 했다. 어떤 활동을 했는지 다른 교사들도 찾아볼 수 있다. 식사도 마찬가지다. 아이마다 알레르기 있는 음식이 다 다른데 관련 재료가 들어간 음식이 나오면 자녀 부모에게 알림이 가도록 하는 시스템을 2015년부터 구축했다. 양파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라면 양파가 들어간 소 불고기가 나오는 날엔 대체 식단을 준비할 수 있게 한다.
엔씨소프트 어린이집 웃는 땅콩. [사진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어린이집 웃는 땅콩. [사진 엔씨소프트]

IT기업이라면 코딩 커리큘럼도 있나.
따로 직접 가르치는 프로그램은 없다. 물론 개발자인 부모가 많다 보니 코딩 DNA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분명 많을 것이다. 하지만 기술보단 그 나이 때 익혀야 할 걸 익히는 게 더 중요하다. 기본 생활습관이 그렇다. 우리는 다음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만 5세 연령대 아이의 경우 매일 한가지씩 기본 생활습관을 익힐 수 있게 한다. 하루는 동전 세기를 배웠다면 다음날은 시계 보는 법을 배우는 식이다. 단계별로 준비물을 혼자 챙겨보게 한다든가, 비상연락처를 외우게 하거나, 화장실을 혼자 이용할 수 있게 가르친다. 이런 게 더 중요하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게임 등 자녀의 스크린 노출 시간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도 많다.  
우리 어린이집에서 그 부분 관련 교육을 특별히 하지는 않는다. 다만, 스크린을 과도하게 보는 게 어떤 문제인지 아이와 충분히 이야기하고, 스스로 사용시간·방법을 정해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애가 잠자는 새벽에 부모가 일어나 게임하는 사례 얘길 들은 적이 있는데 부모는 온종일 모니터를 보면서, 아이에게만 '그만 보라'고 제한하면 아이도 혼란스러울 수 있다. 영유아기는 뇌·신체 발달에 중요한 시기인 만큼 아이가 지루해하지 않게 부모가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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