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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저지와 양키스의 가을… 악연의 상대 휴스턴 만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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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ALDS 5차전에서 홈런을 때려낸 애런 저지. AP=연합뉴스

19일 ALDS 5차전에서 홈런을 때려낸 애런 저지. AP=연합뉴스

애런 저지(30)와 뉴욕 양키스의 가을은 끝나지 않았다. 양키스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에 진출했다.

양키스는 19일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5전 3승제) 5차전에서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를 5-1로 이겼다. 시리즈 전적 3승 2패를 만든 양키스는 휴스턴이 기다리는 7전 4승제 ALCS에 올라갔다.

양키스의 무기 홈런포가 초반부터 터졌다. 1회 말 4번 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턴이 선제 3점포를 날렸다. 2회엔 저지가 솔로 아치를 그려 4-0을 만들었다. 비로 경기가 하루가 밀리면서 선발로 나선 네스토르 코르테스도 5이닝 3피안타 1실점 호투했다.

5차전은 '요람 세리머니'가 지배했다. 클리블랜드 1루수 조시 네일러는 4차전에서 홈런을 친 뒤 양키스 투수 게릿 콜을 향해 요람을 흔드는 듯한 동작을 했다. '너는 내 아들'이란 의미로 상대를 자극하는 셀러브레이션이었다. 콜은 "귀여웠다"고 받아쳤지만, 양키스 팬들은 분노했다. 네일러가 타석에 설 때마다 요람 세리머니를 했다. 양키스 유격수 글레이버 토레스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요람을 흔드는 척 했다.

네일러를 향해 야유를 보내는 양키스 팬들. AP=연합뉴스

네일러를 향해 야유를 보내는 양키스 팬들. AP=연합뉴스

양키스 간판타자 저지는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승리에 기여했다. 저지는 정규시즌 62개의 홈런을 때려 61년 만에 로저 매리스가 세운 AL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에 앞서 60홈런 고지를 밟은 선수들과 달리 약물 의혹도 없어 '청정 홈런왕'으로 불린다.

그러나 정규시즌 막바지부터 저지의 방망이는 조용했다. 그를 상대한 투수들은 신기록의 제물이 되기 싫어 정면승부를 피했다. 시즌 60호 홈런 이후엔 14경기에서 2개를 치는 데 그쳤다.

포스트시즌 역시 잠잠했다. 1, 2차전 합쳐 8타수 무안타에 머물렀다. 삼진은 7개나 당했다. 3차전 첫 안타를 홈런으로 때려냈으나 그게 전부였다. 4차전도 단타 하나에 머물렀다. 네 경기 합쳐 16타수 2안타에 볼넷도 하나 뿐이었다. 양키스도 3차전에서 9회에 역전패당하는 등 고전했다. 급기야 양키스 팬들이 저지를 향해 야유를 보내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저지는 올 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가 된다. 개막 전 양키스와 연장계약을 논의했으나, 저지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저지가 홈런쇼를 펼치면서 몸값이 폭등해 계약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어쩌면 이날 경기가 저지가 양키스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5차전에서 저지가 홈런과 함께 양키스가 ALCS에 진출하면서 동행은 좀 더 길어졌다. MLB닷컴은 저지가 이기면 시리즈에 승리하는 경기에서 통산 4번째 홈런을 터뜨려 이 부문 최다 기록을 새로 썼다고 소개했다.

양키스의 상대는 막강 휴스턴 애스트로스다. 휴스턴은 지난 5년 동안 세 차례나 AL 우승을 차지하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올해 ALDS에선 일찌감치 시애틀 매리너스에게 3연승을 거두고 양키스를 기다렸다.

ALCS 진출을 확정짓고 기뻐하는 양키스 선수들. AP=연합뉴스

ALCS 진출을 확정짓고 기뻐하는 양키스 선수들. AP=연합뉴스

양키스에게 휴스턴은 악연의 상대다. 2017년 ALCS에선 3승 2패로 앞서다 6, 7차전을 연이어 져 탈락했다. 2019년 다시 만났으나 2승 4패로 밀렸다. 이듬해 휴스턴의 전자기기 사용 사인 훔치기 의혹이 드러나면서 분노는 더 깊어졌다.

객관적 전력은 휴스턴의 우세다. 휴스턴은 챔피언십시리즈까지 살아남은 네 팀 중 유일하게 정규시즌 100승을 넘겼다. 막판까지 혈전을 치른 양키스와 달리 휴스턴은 나흘을 쉬었다.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가 다시 1차전 선발로 나설 수 있다. 양키스는 ALCS 1, 4차전에서 2승을 거둔 콜이 등판할 수 없다.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도 빠져 불펜도 휴스턴이 압도적으로 강하다. 5차전에서 애런 힉스도 다쳤다.

양키스가 믿을 건 홈런 뿐이다. 양키스는 저지를 앞세워 정규시즌 162경기에서 254개의 홈런을 쳤다. 휴스턴도 장타력(214개, 4위)은 좋지만 홈런 생산력은 양키스가 조금 더 낫다. 저지의 어깨도 그만큼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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