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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강행은 무리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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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전남도 관계자들이 30일 전남도청 서재필실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쌀값 대책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전남도 관계자들이 30일 전남도청 서재필실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쌀값 대책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12일 안건조정위 이어 19일 “상임위 처리”

쌀 초과 생산 근본적 해결책 될 수 없어

더불어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 강행은 민주당이 169석의 수권(受權) 정당다운 책임감을 갖추지 못했다는 걸 드러내는 또 하나의 사례다. 어제도 지도부가 “1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했는데 내용도, 절차도 대단히 문제가 많다.

쌀값 폭락에 대처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공감한다. 하지만 그 방법이 시장 격리(정부 매입) 의무화여선 곤란하다. 민주당의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예상 생산량의 3% 이상이거나 쌀값이 평년 대비 5% 이상 하락한 경우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한 것이다. 쌀의 구조적 초과 생산은 이어지지만 쌀 소비량은 더욱 줄어드는 현 상황에선 농민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미 지난해 초과 생산된 37만t 매입에 7900억원가량을 썼다. 올해도 1조원대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초과 생산량이 2030년 64만t으로 늘어나고 소요 예산도 1조4000억원대로 치솟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정된 농업 예산을 여기에만 투입할 수는 없지 않나. 민주당에선 쌀만 두고 식량 안보 운운하지만 다양한 전략 작물을 포함한 미래 농업을 위한 투자야말로 현실적인 안보 대책이다.

민주당도 이 때문에 집권 당시 농민단체의 요구를 뿌리쳤었다. 불과 11개월 전 홍남기 당시 경제부총리가 “쌀은 생산량 증가 효과가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수급관리를 해 나가겠다”며 “쌀값이 여전히 높다”고 말한 일까지 있다.

민주당이 이제 와 농해수위에서 수적 우위를 앞세워 강행 처리하는 건 속 보이는 일이다. 안건조정위를 민주당 소속이었던 윤미향 무소속 의원을 야당으로 간주해 구성하곤 12일 일방 처리하더니 국정감사 기간인 19일 전체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나섰다.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 때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처리하던 방식과 유사하다. 이럴 정도로 시급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달 총 90만t의 쌀을 수매하는 내용의 ‘수확기 쌀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한 이후 쌀값은 반등했다. 9월 하순 대비 이달 초 17% 올랐다고 한다.

더욱이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법안을 통과시킬 힘은 없어도 비토할 힘은 있다는 걸 잘 알 것이다. 당정은 어제도 “쌀 산업뿐 아니라 미래 농업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고 했다. 대통령실도 대단히 부정적이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의도는 뭔가. 정치권에선 지난달 민주당이 ‘텃밭’ 호남에서 양곡관리법 처리를 약속했던 걸 떠올린다. 만일 그 때문이라면 전체 국민은 보지 못하는 단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