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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신성한 병역의무 돌아보게 한 BTS 군 입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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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BTS 멤버 진, RM, 뷔, 지민, 슈가, 제이홉, 정국(왼쪽부터). [사진 빅히트 뮤직]

BTS 멤버 진, RM, 뷔, 지민, 슈가, 제이홉, 정국(왼쪽부터). [사진 빅히트 뮤직]

정치권, BTS 이용만 하고 논란 키워

병역자원 감소…병역특례 원칙 세워야

수년간 계속된 병역특례 논란에 방탄소년단(BTS) 스스로 마침표를 찍었다. 그제 BTS 맏형 진(본명 김석진)이 연말 입대를 확정하면서다. 다른 멤버들도 순차적으로 병역을 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떠밀리기 식 입대가 아니라 자진 입대라는 점에서 BTS다운 떳떳한 결정이라는 응원이 잇따랐다.

BTS는 그동안 “병역은 당연한 의무”라고 밝혀 왔다. ‘어떻게 생각해’란 노래 가사에서는 ‘군대는 때 되면 알아서 가겠다’ ‘우리 이름 팔아먹으면서 숟가락을 얹으려고 한다’ 등의 속마음을 내비쳤다.

오히려 특례 논란을 부추긴 건 BTS의 명성과 인기에 편승한 정치권이었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BTS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유엔총회에 동행하는 등 국가적 행사에 많이 참석했다. 보답이라도 하듯 당시 여권은 병역특례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지난 정부는 말의 성찬만 늘어놓고 문제를 매듭짓지 않은 채 임기를 마쳤다.

윤석열 정부도 BTS에 편승하긴 마찬가지다. 지난 15일 BTS가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를 열고, 박형준 부산시장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수차례 병역특례를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8월 국방부 장관이 여론조사 참고 방침을 밝혔다가 철회할 만큼 뚜렷한 해결책 없이 우왕좌왕했다.

논란을 끝낸 것은 당사자들이다. 뛰어난 음악적 성취만큼 입대 결정도 의연하고 성숙했다. BTS 자진 입대 결정의 의미는 포상처럼 주어지는 병역특례를 개선하는 데 있다. 현행법상 체육인은 올림픽·아시안게임에서, 예술인은 국내외 42개 대회 입상 시 특례를 받는데 기준이 그때그때 고무줄이다. 2002년 월드컵에선 16강 이상,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는 4강 진출 시 병역특례를 줬다.

1973년 병역특례가 처음 생겼을 당시엔 체육·예술인에 대한 인식이 낮았고, 이들의 국가적 기여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병역자원도 풍부해 1970~80년대 교대생들은 재학 중 군사훈련만 받으면 졸업과 동시에 하사로 예편했다. 1993년까지 3대 이상 독자는 군 면제 처분을 받았다.

시대가 변하면 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 최근 ‘이기자 부대’로 불리는 27사단의 해체 결정이 나올 만큼 병역자원 감소는 심각하다. 지금처럼 광범위한 특례 제도 운영은 불가능하단 이야기다. 클래식 콩쿠르 수상자는 병역특례가 되고, 빌보드 1위는 불가하다는 기준도 원칙이 없어 보인다. 청년들은 특례 자체가 불공정이라는 인식도 크다.

정부는 책임 있는 자세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여야 정치권도 말만 무성한 공치사를 늘어놓을 게 아니라 특례 제도의 존폐 여부를 포함해 시대 변화에 발맞춘 합리적인 제도 개선안을 내놔야 한다. 기본적으로 신성한 병역 의무에 자꾸 예외를 덧붙여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