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철저한 수사로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진상 밝혀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2020년 1월2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오른쪽)이 청와대에서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을 마치고 환담하고 있다. 왼쪽은 노영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2020년 1월2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오른쪽)이 청와대에서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을 마치고 환담하고 있다. 왼쪽은 노영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회의 주재 노영민 전 비서실장 검찰 소환

문재인 전 대통령은 몰랐던 건지 설명해야

2019년 11월 발생한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 노영민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 어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이후 소환한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 중 최고위직이다. 노 전 실장은 해군이 동해상에서 탈북 어민 2명을 나포한 이틀 뒤 청와대 대책회의를 주재해 이들을 강제 북송하기로 결정한 혐의(직권남용 등)를 받고 있다.

강제 북송은 당시 판문점 상황이 담긴 사진과 영상이 지난 7월 통일부에 의해 공개되면서 사실로 굳어졌다. 수사를 진행한 검찰은 합동신문조사 도중 귀환 의향서를 이들 어민이 작성했다는 내용을 파악했다. 국가정보원이 나포 당일 귀순 의사를 밝힌 보호신청서를 바탕으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상황보고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헌법상 탈북민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귀북 의사가 없는 한 강제 북송돼서는 안 된다. 북송의 구실이었던 ‘흉악범’이었더라도 사실관계를 포함한 조사와 결론을 우리 형법 기준으로 먼저 냈어야 했다. 하지만 노 전 실장이 주재한 청와대 대책회의에서 강제 북송 방침이 전격 결정됐다. 이에 국정원은 기존 보고서에서 ‘귀순 의사 표명’ ‘강제 수사 건의’라는 내용을 빼고 통일부에 전달했다. 청와대 대책회의 다음 날인 11월 5일 통일부는 ‘어민 2명을 북송하겠다’는 전통문을 보냈고, 이틀 뒤인 7일 강제 북송을 강행했다. 경찰특공대까지 동원됐다. 하나같이 유례없는 일이었다. 강제 북송된 어민들은 북한에서 처형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밝혀진 내용만으로도 노 전 실장과 관여한 이들의 위법성을 판단하기엔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안보 전문가가 아닌 대통령비서실장이 위헌적이며 국제적 인권 문제로까지 비화할 수 있는 강제 북송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를 주재했다는 점은 의문이다. 노 전 실장 측은 공식 회의가 아닌 티타임 형식의 간담회여서 회의록을 따로 작성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인데, 이 또한 수긍하기 어려운 일이다.

검찰은 지난 18일엔 해양수산부 공무원인 고 이대준씨 피격 사건에 연루된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20년 9월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증거를 은폐·왜곡했다는 혐의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마찬가지로 남북 관계를 고려하다 보니 위법적이고 이례적인 일이 다수 행해졌다. 감사원이 서면조사를 시도하다 “무례한 짓”이라는 반발을 샀지만, 이 사건과 강제 북송 사건의 마지막 퍼즐은 모두 당시 최고 통수권자였던 문 전 대통령을 향한다. 문 전 대통령은 전혀 모르고 있었는지, 보고받았다면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검찰은 객관적이고 철저한 수사로 그 답을 받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