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카카오 등 데이터센터, 국가 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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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모습. 임현동 기자

지난해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모습. 임현동 기자

코로나로 비대면 거래 급증, 관리는 허술

국가 기간시설 준하는 대비 의무화해야

국내 초대형 플랫폼 카카오의 장시간 불통 사태는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을 자처하는 우리 사회의 취약점을 고스란히 노출한 인재(人災)였다. 경기도 성남의 데이터센터 한 곳에서 발생한 화재는 초연결사회를 사는 국민 전체의 일상에 대혼란을 안겨줬다. 카카오는 데이터센터의 허술한 관리와 미흡한 사후 대응으로 혼란을 키웠다. 그동안 돈 되는 사업으로의 확장에만 골몰하고 고객 서비스는 소홀히하지 않았는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이번 사고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사후 수습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분산과 백업 체계 등으로 철저한 재해 복구 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기 바란다.

정부는 사회적 영향력이 큰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 서비스의 세부 내용은 민간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게 당연한 원칙이다. 하지만 국민의 일상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민간 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국가 기간통신망과 다름없다”고 언급했다. 국가 핵심 인프라의 관리를 온전히 민간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의미다.

정부는 민간 데이터센터도 국가 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해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네이버·카카오 같은 대형 온라인 사업자(부가통신사업자)에 한정해서다. 현재는 방송·통신시설에 비슷한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전기통신사업법을 고쳐 대형 온라인 사업자에 대해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선 별 소용이 없었다. 기존 제도는 화재 같은 물리적 재해가 아닌 안정적인 데이터 통신과 서비스 오류 방지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이번에 카카오 대란을 겪으면서 대형 플랫폼과 연결된 데이터센터도 방송·통신시설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만일 전시였다면 국가 안보와도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2020년 5월에도 데이터센터를 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추진됐다가 막판에 무산된 적이 있다. 소관 상임위원회에선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당시 인터넷기업협회 등에선 지나친 규제라고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에선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고 플랫폼 의존도는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시스템은 여전히 허술하다. 사회적 환경이 달라진 만큼 다시 한번 깊이 있게 관련 법안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시장에서 경쟁하는 민간 기업의 자율과 혁신은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동시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소비자에 대한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화재·지진·테러 등 어떠한 재난에도 데이터센터가 안전하게 돌아가게 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