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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에 조두순도 평생격리? 아동성범죄자 겨눈 한동훈 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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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연쇄 성폭행범 김근식(54)이 출소 예정일에 하루 전인 지난 16일 또 다른 성범죄 혐의로 구속됐다. 그가 출소 후 지내기로 했던 의정부 지역 등의 시민사회에선 일단 안도하고 있다. 하지만 “(김근식을) 영구 격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김근식은 지난 2006년 5월~9월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같은 해 11월 24일 인천지법에서 진행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다음 해 1월 19일 서울고법에서 항소가 기각됐다. 상고를 했지만 2007년 2월 취하해 형이 확정됐다. 이후 15년 형기를 다 채운 김근식은 17일 출소가 예정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김근식이 지난 2006년 당시 13세 미만이었던 피해자 A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를 새로 포착해 전날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결정을 받았다.

아동성폭행 혐의를 받는 김근식이 지난 16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호송버스를 타고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동성폭행 혐의를 받는 김근식이 지난 16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호송버스를 타고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범죄의 처벌은 범행 당시의 법률에 따른다는 형법 1조(행위시법주의)에 비춰보면 김근식의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미성년자 강제추행)에 대해 법원이 유죄로 판단할 경우 범행 당시(2006년) 시행되던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년 이상 유기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당시 형법상 유기징역형의 상한은 15년으로, 기계적으로 법을 적용하면 김근식이 받을 수 있는 형량은 최소 징역 1년에서 15년 사이가 된다.

김근식이 추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고, 법원이 최대 형량(징역 15년)을 선고하게 된다면 그는 2037년에 69세의 나이로 출소하게 된다. 법조계에서도 상당 기간 수감생활을 더 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유죄가 확정된 기존 범죄사실에서 빠져 따로 선고를 받는 점(사후적 경합범)이나 재판부의 심리 내용 등에 따라 양형이 결정되겠지만, 범죄유형 및 경과 등에 살펴보면 최소 징역 1년 이상의 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성년자 연쇄 성폭행범으로 징역 15년을 복역한 김근식의 모습. [사진 인천경찰청 제공]

미성년자 연쇄 성폭행범으로 징역 15년을 복역한 김근식의 모습. [사진 인천경찰청 제공]

“평생 격리해야” vs “기본권침해 우려”

시민사회에선 김근식에 대해 장기수용을 넘어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나온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및 의정부 지역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김근식을) 평생 세상과 격리해야 한다”거나 “영영 (수감시설서) 나오지 마라”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말쯤 인천 계양서에 접수된 16년 전 범행 고소 건으로 출소 직전 구속영장이 청구돼 영장실질심사 3시간 만에 발부되는 이례적인 ‘속전속결’ 과정에 박수를 보내는 반응도 많았다.

이런 여론에 부응하듯 법무부는 지난달 22일 소아성기호증 아동성범죄자에 대한 치료감호 확대를 골자로 한 관련법(치료감호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기존엔 치료감호 처분을 피고인에 대한 형을 선고할 때 함께 부과하지만, 형을 마치고 출소한 전자감독 대상자에 대해서도 사후적인 치료감호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15일 브리핑에서 “우리 사회가 반드시 보호해야 할 최약자인 아동을 흉악 범죄자로부터 강력히 보호하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특히 치료감호 기간을 필요한 만큼 횟수 제한 없이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 핵심이다. 법무부가 제시한 ▶준수사항 위반 ▶재범 위험성 ▶입원치료 필요성 요건에 해당하면 사실상 영구적인 구금 조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입법예고안 대로 법이 시행되면 김근식뿐만 아니라 아동 성폭행 혐의로 12년 형기를 마치고 2020년 12월 12일 출소한 조두순도 치료감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5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소아성기호증 아동성범죄자 치료감호 확대 추진 브리핑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5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소아성기호증 아동성범죄자 치료감호 확대 추진 브리핑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기간 제한이 없고, 사후적 치료감호 처분은 인권침해 및 위헌 소지가 우려된다는 반론도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조영관 변호사는 “피해자·시민이 느끼는 불안감 등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무기한 치료감호 등 사실상의 영구격리 조치는 기본권을 침해하고, 헌법상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며 “(치료감호 등으로) 구금 기한을 늘린다거나 다시 시설 등에 가둔다고 한다는 건 미봉책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치료감호 관리 등 환경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구금 연장 방식만으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치료감호 시설인 국립법무병원에서 의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는 평균 157명에 달했다.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상 의사 1명이 환자 60명을 담당하는 적정 기준의 2배 이상인 셈이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은 지난 2020년 조두순 출소를 계기로 언급된 ‘보호수용제’를 언급하면서 “형벌과 자유박탈적 보안처분을 개념적으로는 구분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양쪽 모두 대상자를 사회에서 격리해 시설 내에 수용하는 것”이라며 “대상자를 교화해 사회에 복귀시키려는 취지의 제도란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권은 양도불가능한 천부적 권리다”며 “흉악 범죄에 대한 정의 실현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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