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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 찍은 사람 나타났다…김근식 출소 막은 16년전 사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출소를 이틀 앞두고 구속영장이 청구된 아동 성범죄자 김근식을 태운 호송버스가 16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도착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출소를 이틀 앞두고 구속영장이 청구된 아동 성범죄자 김근식을 태운 호송버스가 16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도착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미성년자 연쇄 성폭행범 김근식(54)이 출소를 하루 앞둔 16일 재구속됐다. 법원이 또 다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현재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근식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다. 법무부는 이날 “김근식은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오늘(16일) 형기종료에도 불구하고 계속 안양교도소에 수감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근식은 당분간 수감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근식 출소 하루 앞두고 구속

미성년자 연쇄 성폭행범 김근식(54). 사진 인천경찰청

미성년자 연쇄 성폭행범 김근식(54). 사진 인천경찰청

수원지법 안양지원 송중호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6시쯤 검찰이 전날 김근식에 대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송 판사는 “(김근식에 대한) 범죄가 소명됐으며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날 오후 3시부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지 약 3시간 만이다. 김근식이 탄 법무부 호송 차량은 오후 2시 15분쯤 안양지원에 도착했다. 호송 차량이 안양지청 건물 내 주차공간으로 진입한 뒤 법원으로 이동해 김근식의 모습은 취재진에게 포착되지 않았다.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김근식 출소를 이틀 앞둔 지난 15일 김근식에 대해 성폭력처벌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근식은 2006년 당시 13세 미만 피해자 A씨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2020년 12월말 인천 계양경찰서에 김근식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고소장을 접수했다. 그즈음은 아동성폭행범 조두순 출소와 맞물려 언론매체나 인터넷에서 김근식 역시 주목받을 때였다. 당시 김근식은 2006년 5∼9월 수도권에서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같은 해 11월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이를 본 피해자 A씨는 “나의 가해자”라고 김근식을 지목하며 경찰을 찾았다고 한다. 재판에서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미성년 성폭행 피해자가 14년이 지나 김근식을 추가로 고소한 것이었다.

경찰은 A씨와 교도소에 있는 김근식을 찾아가 몇 차례 조사한 뒤 지난해 7월 검찰로 사건을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근식의 이감을 따라 광주지검 해남지청 등으로 이첩됐던 사건이 현재지 관할 규정에 따라 안양교도소를 관할하는 수원지검 안양지청으로 넘겨진 것이다. 다만 김근식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16년 전 범행이라 사건이 어려웠지만, 증거수집과 증거 분석을 마친 뒤 범죄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구속영장 청구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범죄가 발생한 2006년 당시 13세 미만 미성년자였던 A씨 나이를 고려했을 때 공소시효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해당 범죄가 적용되는 공소시효는 7년으로 2013년에 완성된다. 그런데 성폭력처벌법상 13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성폭행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제20조 3항이 2011년 11월 신설되면서 A씨 사건의 공소시효는 사라졌다는 입장이다.

김근식 출소 이틀 전 영장 청구가 이뤄진 데 대해 검찰은 “증거수집 단계였을 뿐이지 김근식 출소 시기에 맞춰 영장을 청구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고소 약 2년 만에 결론이 나온 것인데 국민 여론과 반감이 커지면서 출소를 막으려고 검찰이 꼼수를 쓴 것 같다”(법조계 관계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근식 이송 막으려던 의정부 한숨

의정부 지역 시민들이 16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청 앞 광장에서 아동 성범죄자 김근식 의정부 갱생시설 입소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의정부 지역 시민들이 16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청 앞 광장에서 아동 성범죄자 김근식 의정부 갱생시설 입소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김근식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되면서 지역 사회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앞서 김근식의 구속영장 기각을 우려한 의정부 시민들은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의정부시청 앞에 모여 ‘아동 성폭력범 김근식 의정부 갱생시설 입소 철회 촉구 결의 대회’를 열었다. 김근식이 예정대로 출소하게 된다면 본인 희망에 따라 의정부에 있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경기북부지부에서 지낼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뒤 의정부시는 김근식과 의정부가 연고가 없다며 전날 이송 구간의 도로 통행을 차단하는 긴급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강하게 반발해왔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이날 김근식이 재구속된 뒤 낸 입장문에서 “김근식 출소가 막힌 것은 시민 여러분의 힘과 결기로 이룬 것”이라며 “김근식 재범과 도주 가능성을 바로 판단한 판사님 처분에 안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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