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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트러스 英 총리, 감세정책 추가 철회에 재무장관 경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14일(현지시간) 대규모 감세정책을 추가 철회하고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을 경질했다고 BBC·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법인세율 동결안 철회, 재무장관도 경질 

트러스 총리는 이날 오후에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감세정책이 너무 빠르게 진행된 것은 분명하다"면서 "재정과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해 행동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 법인세율 인상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비전을 함께 공유했던 콰텡 장관이 사임하게 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오른쪽)와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이 지난 2일 버밍엄에서 열린 보수당 총회에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오른쪽)와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이 지난 2일 버밍엄에서 열린 보수당 총회에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법인세율 동결안은 트러스 내각이 내놓은 감세정책의 대표 항목이다. 내년 4월 법인세율을 19%에서 25%로 올리는 계획을 취소하고 동결하는 것이 골자다. 이 안이 철회되면서 법인세율이 25%로 인상돼 180억 파운드(약 29조원) 규모의 재정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트러스 총리는 지난 3일 부자 감세안으로 불리는 소득세 최고세율 철회 이후 법인세율 동결안까지 거둬들이면서 두 번째 ‘굴욕의 유턴’을 하게 됐다.

감세정책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콰텡 장관은 임명된 지 39일 만에 물러나면서 영국 역사상 두 번째로 단명한 재무장관 기록을 남겼다. 최단명 장관은 1970년에 취임해 30일 만에 심장마비로 사망한 이에인 머클라우드다.

콰텡 장관 후임으로는 제러미 헌트 전 외무부 장관이 임명됐다. 헌트 전 장관은 보수당 대표 선거에서 트러스 총리의 경쟁자인 리시 수낵 전 재무부 장관을 지지했다.

두 번 유턴…감세안 규모 40조원 수준 

앞서 지난달 23일 트러스 내각은 1972년 이후 최대 규모인 450억 파운드(약 72조원) 감세정책을 발표했다. 이후 영국 경제는 물론 세계 금융시장까지 혼란에 휩싸이면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지난 3일 소득세 최고세율 45%를 폐지했지만 이는 20억 파운드(약 3조원)에 불과해 나머지 430억 파운드(약 69조원) 감세로 인한 재정 공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 논란은 계속됐다.

법인세 인상 결정으로 180억 파운드(약 29조원)가 재정에 보탬이 되면서 감세안은 기존의 55% 수준인 250억 파운드(약 40조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BBC에 따르면 트러스 총리는 이날 아침 일찍 자신의 선거구인 사우스웨스트 노퍽 방문을 취소했다. 콰탱 장관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참석 후, 갑자기 일정을 변경해 하루 일찍 돌아왔다.

영국 영란은행(BOE)이 국채 매입 조치를 연장하지 않고 예정대로 14일에 종료하기로 예고하면서 영국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보이자 급하게 기자회견을 연 것으로 보인다. BOE는 지난달 28일 트러스 총리의 감세정책 발표 직후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650억 파운드(약 105조원) 대규모 국채를 매입했다.

보수당 "트러스 총리도 사임하라" 압박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14일 런던 관저 기자회견실에서 감세정책 추가 철회를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14일 런던 관저 기자회견실에서 감세정책 추가 철회를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두 번의 굴욕적인 유턴에도 트러스 총리가 자리를 보존할지는 미지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수당 지지율이 19%까지 떨어지면서 보수당 내에선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미숙한 모습을 보인 트러스 총리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BBC는 "보수당 고위 관계자들은 수일 내로 트러스 총리 사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보수당 내에선 트러스 총리가 당 대표 경선에서 대대적으로 감세 공약을 강조했기 때문에 콰텡 장관의 책임으로만 돌리지 못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보수당 고위 관계자는 "트러스 총리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야당인 노동당과 자유민주당은 "재무부 장관을 교체한다고 해서 이미 발생한 경제 피해는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2025년에 열릴 예정인 총선을 조기에 당장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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