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3주년… 평민의 과제/전영기 정치부 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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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총재의 평민당이 12일 창당 3주년을 맞았다.
이날 성대하게 치른 기념식과 자축 리셉션은 9일 끝난 영광­함평 보선에서 영남인사공천이라는 김 총재의 「정치적 대모험」이 성공을 거둠으로써 당원들에게는 더욱 즐겁고 값진 자리가 됐다.
하지만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정치가 4개월째 실종되고 집권여당의 권력다툼에 신물이 날대로 난 국민들은 출범 3주년의 평민당을 마냥 기대와 희망섞인 눈으로 볼 수만도 없는게 우리 현실이다.
책임을 논하자면 국민의 뜻 한번 묻지않고 합당한 뒤 오로지 주도권 다툼에 날을 지새우는 집권 민자당의 집안싸움을 먼저 꾸짖어야 할 것이나 6ㆍ29 이후 정치의 한 흐름을 주도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영토확인」과 「대권전략」에 집착해온 김 총재의 평민당도 면책될 수 없기 때문이다.
평민당은 탄생부터가 독재권력 청산을 염원하는 국민에게 큰 빚을 진 정당이다. 6ㆍ29 후 통일민주당을 책임졌던 두 김씨가 후보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한채 김대중 총재가 스스로 대통령후보 출마를 위해 떨어져 나와 선거 한달전에 급조한 정당이 평민당이라는 점은 굳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재야를 포함한 야권이 이때부터 김대중 비판적 지지론,후보단일화론,독자적 민중후보론으로 갈려 오늘날까지 이합집산을 되풀이 하면서 대체권력 조직에 실패한 책임도 김 총재가 상당부분 짊어져야 할 것이다. 책임은 행사하는 힘의 크기에 따라 배분돼야 하기 때문이다.
평민당의 얽히고 설킨 모든 문제의 근원은 우리 사회에 인사와 개발혜택에서 소외된 호남지역이 존재한다는 점과 이들의 「한풀이 정치」를 김 총재가 전적으로 떠맡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김대중 정치」가 호남 소외상황과 광주와 재야를 뿌리로 한 만큼이나 그 지역성과 이념적 노선의 경사가 그의 한계이자 평민당의 한계를 만들었다.
이번 보선에서 김 총재는 망국적인 지역감정 타파를 위해 영남 후보공천을 단행했고 이 승리를 『헌정사에 기록될만한 역사적 사건』으로 자평하고 있으나 오히려 93년 대권접근 과정의 선전용으로,이 지역의 신화적인 지지기반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평민당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는 「김대중당」 「지역당」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야하는 것이 창당 3주년의 평민당이 안은 진정한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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