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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률 최대 100%인데 백신도 없다…우간다 덮친 에볼라 공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8일 우간다 무벤데 인근 마두두 지역의 한 클리닉에서 아기에게서 혈액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우간다 무벤데 인근 마두두 지역의 한 클리닉에서 아기에게서 혈액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동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시작된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심각하다. 최근엔 수도 캄팔라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수단 아형’으로 알려진 해당 바이러스엔 현재 백신이나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없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우간다의 의료 체계가 무너진 상황이라 감염병 확산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캄팔라에서 나온 첫 에볼라 바이러스 확진자는 지난 7일 숨졌다. 우간다 중부 출신의 이 남성은 캄팔라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왔다가 상태가 악화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1일 우간다 무벤데 구에 있는 무벤데 지역 병원에서 의료진이 에볼라 치료 센터를 소독하고 있는 모습. 당시 확진자는 15명으로 집계됐다. XINHUA=연합

지난달 21일 우간다 무벤데 구에 있는 무벤데 지역 병원에서 의료진이 에볼라 치료 센터를 소독하고 있는 모습. 당시 확진자는 15명으로 집계됐다. XINHUA=연합

우간다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된 것은 지난달 20일이다. 우간다 보건당국은 이날 24세 남성이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바이러스 확산은 이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우간다 보건당국은 숨진 남성의 가족을 포함해 마을 주민 또는 방문자 19명이 지난 8월 초 같은 바이러스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WSJ는 “12일 현재까지 공식 확인된 확진자는 54명, 사망자 19명이지만 실제 사망자 수는 약 38명~73명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2000년 우간다에서 224명이 에볼라 바이러스로 사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수도 캄팔라에서 확진자가 나온 것도 확산 우려를 키우고 있다. WSJ는 “캄팔라는 이웃 국가인 르완다, 부룬디, 콩고민주공화국을 연결하는 아프리카 동부의 경제무역 중요 경유지라 이를 통해 다른 국가로 에볼라 바이러스가 조용히 전염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우간다의 열악한 보건 시설 상태도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우간다는 지난 2년여 동안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각종 의약품이 부족하다.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를 다루는 치료센터의 수습 의사들은 보호복 부족을 이유로 파업에 돌입했다. WSJ는 “겁에 질린 환자들이 치료 센터를 떠나고, 일부는 전통 약초 치료사에 의존하면서 바이러스를 더 확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캄팔라에서 나온 숨진 남성도 사망하기 전 전통 약초 치료사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우간다 보건당국은 병원 관계자와 전통 치료사 등 숨진 남성과 접촉한 42명을 격리 조치했다.

에볼라 의심 환자가 지난달 24일 우간다 무벤데의 격리 부대 이송을 기다리며 보건소 침대에 누워 있다. AFP=연합

에볼라 의심 환자가 지난달 24일 우간다 무벤데의 격리 부대 이송을 기다리며 보건소 침대에 누워 있다. AFP=연합

이번 바이러스는 5가지 에볼라 아형 중 ‘수단 아형’이다. 수단 아형은 기존에 유행했던 자이르 아형 등 다른 변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파력과 치사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백신이 없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긴급하게 백신 개발에 나서는 중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캄팔라에서 열린 아프리카 지역 보건장관 긴급회의에서 “수단 아형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임상 시험이 수주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의 주된 초점은 이웃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신속하게 통제하고 억제하는 것”이라며 “골치 아픈 일이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지난 1976년 콩고민주공화국 에볼라강 인근에서 처음 발견됐다. 수십 년간 대규모 발병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가 2014년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빠른 속도로 번졌고 미국 본토에도 유입됐다. 이후 WHO가 종식을 선언했었지만 2019년 또 한 번의 유행으로 국제공중보건위기 상황이 선포됐다. 에볼라가 위험한 이유는 치명률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에볼라의 치명률은 41%~100%에 이른다. 잠복기는 2~21일로 잠복기가 지나면 독감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다 전신성 출혈, 그리고 다발성 장기부전으로까지 이어져 사망에 이르게 된다.

우간다의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소식에 해외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 보건당국은 이번 주부터 최근 21일 이내에 우간다에서 머물렀던 미국행 승객들에게 지난주부터 특정 공항으로 입국해 에볼라 바이러스 검사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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