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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논문 한편으로 70억 따낸 하버드대 중국인 사제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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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대학의 중국인 교수가 본인 연구실의 중국인 박사생과 함께 전 고체 배터리를 개발했다. 이 배터리는 3분 만에 완충되고, 1만 회 이상 충·방전이 가능해 전기차 업계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이들의 연구성과가 담긴 논문은 국제 저명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화제의 주인공은 중국 국적의 하버드대 박사생 예루한(葉露涵)과 그의 지도교수 리신(李鑫)이다.

예루한과 리신 [사진 아덴에너지]

예루한과 리신 [사진 아덴에너지]

논문의 제1 저자인 예루한은 중국 쓰촨 성 청두에 있는 전자과기대학(電子科技大學·University of Electronic Science and Technology of China)에서 신에너지 소재 및 장치를 전공했다. 학부 시절 그는 이미 10편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 SCI에 게재했으며, 그중 제1 저자로 발표한 논문이 5편이나 된다. 2016년 쓰촨 성 우수 졸업생으로 학부를 마친 예루한은 2017년부터 하버드 대학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아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논문의 교신 저자인 리신은 하버드 대학의 존 A. 폴슨 공학 및 응용과학 대학(Harvard John A. Paulson School of Engineering and Applied Sciences, Harvard SEAS) 재료 과학 조교수이다. 그는 학부 시절 난징대학(南京大學)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Pennsylvania State University)에서 재료과학 박사학위를 땄다. 이후 2015년부터 하버드 대학에서 재료 과학 전공 조교수로 재직하며 차세대 배터리 소재 연구팀을 이끌고 있다.

[사진 아덴에너지]

[사진 아덴에너지]

둘의 인연은 예루한이 하버드대에 진학해 리신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사제지간이었던 이들은 지난해 연구성과 상용화를 위해 아덴에너지(Adden Energy)라는 스타트업을 세우면서 동업자로 발전했다.

아덴에너지는 예루한과 리신을 포함한 하버드대 출신 졸업생 및 연구진으로 구성됐다. 이중 예루한은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경영자(CTO)를, 리신은 공동창업자 겸 이사회 구성원을 맡았다. 아덴에너지는 올해 기술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515만 달러(약 73억 3800만 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배후에는 프리마베라 캐피탈 그룹(Primavera Capital Group), 랩소디 벤처 파트너스(Rhapsody Venture Partners), 메스 벤처스(MassVentures) 등이 있었다.

하버드대 중국인 사제가 개발한 배터리, 뭐길래? 

오래 지속하고 빨리 충전되는 배터리는 전기차 보급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오늘날 전기차에 주로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무겁고 비싸며 충전이 느리다. 몇 분이면 주유가 끝나는 가솔린차와 달리, 전기 차는 충전에만 4시간에서 2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배터리의 성능이 저하되는 것도 문제다. 현재 전기 차용 리튬 이온 배터리의 평균 수명은 7~8년에 불과하다.

리튬이온 배터리(좌)와 전고체 배터리(우)의 구조 [사진 삼성SDI]

리튬이온 배터리(좌)와 전고체 배터리(우)의 구조 [사진 삼성SDI]

이에 ‘전 고체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 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내부 공간 활용도와 에너지 밀도가 높아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장기간 큰 용량을 유지한다. 하지만 충전 과정에서 화재 등 안전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 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기 어려운 이유는 ‘덴드라이트(dendrite)’ 현상 때문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크게 양극, 음극, 전해질, 분리막으로 구성된다. 전해질은 배터리 충전 시 양극과 음극을 오가는 리튬 이온의 이동 통로가 되어주며,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 사이의 접촉을 차단해 배터리의 안정성을 높여준다.

리튬 이온 배터리와 전 고체 배터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해질의 상태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전해질은 액체 상태인 반면, 전 고체 배터리의 전해질은 고체 상태이다. 전해질이 고체인 만큼 전 고체 배터리는 외부 충격과 온도 변화에 강하고, 높은 에너지 밀도를 자랑한다.

그러나 전 고체 배터리는 분리막이 없고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에 표면에 덴드라이트가 생기기가 쉽다. 덴드라이트는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는 리튬이 음극 표면에 쌓여 나타나는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체이다. 이 결정체는 리튬의 이동을 방해해 배터리 성능을 저하하고, 분리막을 훼손해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을 떨어트린다.

[사진 Lisa Burrows/Harvard SEAS]

[사진 Lisa Burrows/Harvard SEAS]

덴드라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신 연구팀은 양극과 음극 사이에 각기 다른 안정성을 가진 재료를 끼워 넣는 다층 배터리를 설계했다. 이 배터리는 덴드라이트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아닌 제어 및 억제함으로써 덴드라이트의 침투를 방지한다.

리신 연구팀은 이해를 돕기 위해 새로 개발한 다층 배터리를 샌드위치에 비유했다. 이 샌드위치는 빵(양극), 양상추(흑연 코팅), 토마토(첫 번째 전해질), 베이컨 (두 번째 전해질), 빵(음극)으로 이뤄져 있다.

이 배터리에서 덴드라이트는 흑연 코팅과 첫 번째 전해질 부분에서 생겨나나, 두 번째 전해질에 도달하면 성장을 멈춘다. 베이컨, 즉 두 번째 전해질은 덴드라이트가 배터리 성능을 저하하고 단락시키는 것을 방지한다. 이 배터리는 또한 덴드라이트로 생긴 구멍을 다시 채울 수 있는 자가 치유력을 가지고 있다.

[사진 智能車參考]

[사진 智能車參考]

리신 연구팀은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을 자랑하는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개발한 배터리는 3분 안에 완충되며, 1만 회 이상 충·방전이 가능하고 최장 수명이 20년에 달한다. 리신은 “우리는 실험실에서 배터리 수명주기 동안 5천~1만 번의 충·방전을 달성했다”며 “현재 동급 최고 수준은 2~3천 번 수준으로 우리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덴에너지는 현재 하버드 대학 OTD(Office of Technology Development)로부터 독점 기술 라이선스를 받아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리신과 예루한은 먼저 실험용 배터리를 손바닥 크기의 파우치형 배터리로 키운 다음, 향후 3~5년 이내에 본격적인 차량용 배터리로 전환할 계획이다. 리신은 “배터리를 상용화하기는 쉽지 않고 여전히 해결해야 할 몇 가지 문제들이 있다”면서도 “우리는 그것들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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