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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주목하는 이 행사,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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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중국 공산당(중공) 제20차 전국대표대회가 개막한다.

1921년 첫 대회가 열렸고 1977년 11차 대회부터 5년마다 개최돼온 중공의 당대회다. 한국 정당들의 전당대회에 해당한다. 그런데 상당수 한국의 식자층조차 이 행사를 양회로 오해하고 있다. 양회(兩會)는 매년 3월 열리는 두 대회,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정협)를 일컫는다. 한국으로 치면 매년 9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 격이다.

제19차 전국대표대회 [EPA/연합뉴스]

제19차 전국대표대회 [EPA/연합뉴스]

대다수 한국인에게 중국 정치제도가 생소한 이유는 그만큼 우리의 것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채택한 자유민주주의는 현재 거의 만국 공통의 제도가 됐다. 중국이 채택하고 있는 사회주의식 민주주의는 중국과 북한, 베트남, 쿠바 등 손에 꼽을 정도다. 과거 소련이 영도하던 수많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시행하던 제도였지만 30여 년 전 소련 해체와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들의 붕괴로 거의 사라졌다. 그래서 낯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 힘겨루기를 해보려 할 정도로 국력이 강성해진 현재 중국 정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세계적 관심사가 됐다. 중국 정치 시스템을 이해해야 이런 뉴스들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을 비롯한 옛 공산권 국가들은 당-국가(party-state) 체제라는 공통의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었다. 무산자(프롤레타리아) 계급이 계급혁명을 통해 국가 권력을 장악한 체제(실제 과정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이기 때문에 혁명을 선도한 정당인 공산당(북한은 조선노동당)이 국가 기관을 완전히 장악해 계급 독재를 실현해야 한다. 따라서 공산당이 국가를 영도하는 체제가 당-국가 체제다.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정당엔 없는 정치국이란 조직이 당을 이끈다.

당-국가 체제가 어떻게 실현되는지 살펴보자. 매일 저녁 7시면 어김없이 중국중앙방송(CCTV)이 방영하는 뉴스 프로그램 신원롄보(新聞聯播)는 매일 똑같은 멘트의 헤드라인 뉴스로 시작한다. “중공 중앙 총서기이자 국가주석이자 중앙군사위 주석인 시진핑은 …”으로 시작해 시진핑 주석의 그 날 동정을 전한다. 이후 중공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의 동정이 서열 순으로 이어진다. 중국판 ‘땡전뉴스’인 셈이다.

[출처 zcool.com]

[출처 zcool.com]

시진핑이 보유한 중공 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사위 주석 이 세 직위는 중국 권력의 세 축을 보여준다.

공산당과 정부, 군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서 입법, 사법, 행정이 권력의 세 축인 것과 다르다. 물론 중국에도 의회 역할을 하는 전인대와 전국정협, 사법부인 각급 법원이 있지만 큰 그림으로 보면 모두 정부로 분류된다. 중국에선 의회와 법원이 행정부인 국무원을 견제하는 역할을 거의 하지 않는다. 세 조직의 구성원 거의 다수가 같은 공산당원이기 때문이다.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상 최고 권력기관은 의회인 전인대다. 하지만 당-국가 체제에서 실제 최고 권력기관은 영도 정당인 공산당이다. 이번에 열리는 당대회는 그 공산당의 지도부를 선출하는 당내 최고 권위를 가진 행사다.

전국에서 뽑힌 수천 명의 당 대표들이 이 행사를 위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모인다. 이번 20차 당대회엔 2296명이 소집됐다. 이들은 시진핑 등 현 중공 지도자들의 보고를 듣고 당과 국정 전반에 관해 토론을 거친 후 당 중앙위원 및 후보위원을 선출한다. 중앙위원은 205명이다. 이 중앙위원들이 투표를 통해 25명 정도의 중앙정치국 위원과 이 중 7명 정도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뽑는다. 그중에서도 넘버원이 총서기다.

이것이 중국 공산당이 지도자를 뽑는 형식적 구조다. 하지만 실제론 총서기와 당 원로들 같은 실세 파벌들이 밀실 협상을 통해 중앙위원과 정치국 위원 및 상무위원을 배분한다. 아래로부터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지도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전국대표대회가 폐막하면 그다음 날 새로 선출된 중앙위원들이 전체회의를 열어 총서기와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 위원을 뽑는다. 새로 뽑힌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인민대회당에 모인 내외신 취재진 앞에 도열하는 장면은 당대회의 하이라이트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이렇게 수립된 당 지도부는 각자 정부와 군에서 맡을 역할을 배분받고 이듬해 3월 개막하는 전인대에서 그 직위에 정식으로 임명된다. 서열 1위인 시진핑은 이번 당대회에서 총서기와 중앙군사위 주석에 뽑히고 내년 3월 전인대에서 국가주석에 재선출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정치국 상무위원 중 서열 2위는 국무원 총리, 3위는 국회의장 격인 전인대 상무위원장, 4위는 상원의장 격인 전국정협 주석으로 통상 임명된다. 헌법상 서열과 실제 권력 서열이 이렇게 차이가 난다.

나머지 상무위원들은 당 중앙서기처 서기, 당내 감찰기구인 기율검사위 서기, 상무부총리 등 자리를 맡는다. 정치국 위원은 국가부주석, 사법부 및 사법기관 총수인 정법위 서기, 부총리 및 국무위원, 직할시 및 주요 광역 행정단위 서기, 조직부장 같은 당내 요직, 중앙군사위 부주석급 군부 고위직들로 채워진다. 중앙위원은 그 외 광역 행정단위 서기와 국무원 장관급, 전인대·정협·사법부·군부 고위직 등을 맡게 된다.

한마디로 중공의 200여 핵심 간부가 중국을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이번 20차 당대회에서 그 면면이 발표되는 것이다. 세계가 이 행사를 주목하는 이유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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