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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달러와 파운드 폭락…美투자자들, 英자산 '줍줍'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보수당 연찬회에 참석한 리즈 트러스 총리(오른쪽)와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보수당 연찬회에 참석한 리즈 트러스 총리(오른쪽)와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투자자에게 영국 자산 '바겐 세일'이 진행 중이다. 수퍼 달러와 파운드화 가치 급락이 겹치며 달러로 표시한 영국의 자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싼값에 영국 내 자산을 '줍줍'할 기회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미국 투자자에게 영국의 모든 자산이 매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 사모펀드 애리스매니지먼트의 블레어 제이콥슨 유럽 채권부문 공동대표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달러로 표시한 영국 자산 가격이 전과 꽤 큰 차이가 난다”며 “미국 투자자는 파운드화 약세를 이용해 영국에서 더 많은 거래를 하려고 군침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이 450억 파운드(약 69조원) 규모의 감세계획을 발표하면서 파운드화의 자유 낙하가 본격화했다. 13일 오전 11시 기준 1파운드=1.10달러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초 파운드화 가치가 파운드당 1.36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달러 대비 파운드의 가치가 18% 하락했다. 이는 달러로 표시한 영국 자산 값이 전보다 18%가량 싸졌다는 의미다.

오는 14일 영국 영란은행(BOE)이 국채 매입을 중단한 뒤 치솟는 채권 금리가 진정되지 않고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파운드화 가치 하락은 더 가속할 수 있다.

미국 사모펀드의 영국 기업 쇼핑은 새삼스럽지 않다. 지난해 미국 사모펀드 클레이튼과 더빌리어 앤 라이스는 영국의 슈퍼마켓 체인 Wm모리슨을 사들였다. 미국의 앨라이드 유니버설은 경쟁사인 영국의 보안회사 G4S를 인수하면서 미국 사모펀드 워버그핀커스 등의 자금을 동원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블랙록은 지난해 테마파크 사업을 하는 영국의 본레저를 인수했다.

이런 흐름 속 파운드화 약세가 영국 자산 '줍줍'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의미다. 중동 오일머니도 영국 자산 구매에 가세할 수 있다. 제이콥슨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의 투자자들도 현금(달러)이 매우 풍부하다”며 “이들은 미국 사모펀드를 통해 영국 기업 인수 등 영국의 자산 구매에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들어 금리가 치솟으면서 인수·합병(M&A)이 주춤했지만,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영국 상장사를 인수하려는 사모펀드의 시도는 다시 늘어날 것”이라며 “인수 뒤 상장 폐지를 하는 흐름이 지속할 것이고 그 주요 수혜자는 미국의 사모펀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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