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신사고와 새 역할에 기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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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평성시대 맞아 복고 성향을 경계한다
이웃 일본의 아키히토(명인) 국왕이 오늘 즉위식을 갖는다. 전 전세대와는 달리 새로운 세대를 상징하는 국왕으로서 새 시대의 일본이 나갈 길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데서 그의 즉위는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
근세 1백년 가까이 「천황제」 아래 일본이 이웃국가를 비롯,세계적으로 영향과 파해를 끼쳐 왔던 역사의 어두운 그늘을 걷어내고 밝은 미래의 세계에 일본이 기여할 수 있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우리는 이번 즉위식에 축하를 보낸다.
오늘의 일본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축제분위기에 묻혀 있는 일본 사람들의 마음과 출발점을 달리하고 있다. 새로운 일본 국왕의 즉위가 진정 새로운 일본의 모습을 보여주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 한 구석의 찜찜한 생각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현재 일본은 정치ㆍ사회제도 운영에서 부터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은 민주적이고 평화지향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일본은 지금 전전과 같은 위압적 존재로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을 보고도 자주 이웃 나라들에서 불안감을 갖는 것은 본질적으로 일본의 변화를 확신을 가지고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전후 50년 가까이 일본 사회의 저류에서 기회있을 때마다 표출되어온 복고주의의 망령 때문이다.
이러한 복고주의가 일본의 「천황」을 그 구심점으로 하고 있음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일본 사람들이 국왕은 단순한 상징적 존재로서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고 또 제도적으로 그러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 국왕은 단순히 국가의 상징이 아니라 일본 사람들이 말하듯이 「전통적 가치관」 「일본적 철학의 권화」로서 일본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있어온 일본의 방위력 증강,야스쿠니 신사참배의 부활,각급 학교에서의 국기게양,국가제창 부활 및 최근의 해외 파병 논의를 보고 복고와 「천황제」를 연상하곤 한다.
이러한 연상을 하게 되는 것은 과거 일본의 행적이 항상 가해자였다는데 인식의 초점을 두고 있는데 반해 일본 사람들은 그러한 의식이 희박하기 때문이었다.
침략사실에 대한 반성부족,교과서 왜곡에서 가깝게는 일본 정계의 거물 이시하라 신타로 의원이 『1937년 남경 학살은 거짓』이라고 했다는 보도 등이 그러한 불신의 골을 깊게하고 있다.
세계가 경제중심으로 블록화되고 있는 현재의 흐름으로 볼 때 아시아도 과거의 적대관계를 극복하고 평화적으로 공존ㆍ협력해야 할 필요는 더욱 커갈 수밖에 없다.
이런 추세속에서 일본이 어떤 역할을 해야되는가에 대해 일본 국민들은 새 사고를 보여야 한다. 아시아를 또다시 경제ㆍ군사적 패권주의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공존의식으로 결속된 아시아 전체의 힘을 갖고 세계 다른 블록에 대응하는 힘을 같이 키우는 것이 아키히토시대의 국가적 철학이 되어야 할 것으로 우리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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