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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과 전쟁" 선포한 尹정부...'한동훈 예산' 마약 증액 0원,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윤석열 정부가 정작 내년 검찰 마약 수사 예산은 한 푼도 늘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스토킹·아동성범죄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수사 예산은 15% 늘었다. 법무부와 검찰이 수차례 엄단 기조를 세워 온 금융범죄·보이스피싱 등 민생범죄 수사 관련 예산도 지난해 대비 2.5% 증액했다.

법무부가 지난달 2일 기획재정부와 협의 아래 국회에 제출한 ‘2023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이하 사업설명자료)를 뜯어본 결과다. 예산 투입의 우선 순위가 곧 정책 우선 순위이기 때문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내년 정책이 예산안에서 드러난 셈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암호화폐 추적·분석 장비 구매’…과학수사 예산 11.9% 늘어

중앙일보가 10일 확인한 법무부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법무부의 검찰 수사지원 예산 중 마약수사 예산은 전년도와 동일한 43억8500만원이 편성됐다. 당초 법무부는 소폭 늘린 44억5600만원을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 조정 과정에서 일부가 삭감됐다. 별도 연구개발(R&D) 예산으로 필로폰 등 마약류 대량 밀수 방지를 위한 유해물질 판별 분석기법 고도화 사업에 작년과 동일한 2억4700만원을 책정했다.

마약과 전쟁 선포에 앞서 내년 정부 예산안이 지난 7~8월 이미 짜여졌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한동훈 장관은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마약 청정국과 오염국 사이에 중간은 없다고 본다. 무조건 무리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했고, 이튿날 이원석 검찰총장은 “관세청, 식약처 등 유관 기관과 마약류 밀수, 의료용 및 인터넷 마약 불법 유통을 단속하는 광역 단위 합동수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마약 유통 범죄 수사도 검찰이 다시 할 수 있게 한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도 예산안 국회 제출 이후인 지난달 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재경지검에 합동수사단을 신설 또는 부활한 금융·증권범죄, 보이스피싱 범죄 등 다수의 서민을 대상으로 한 민생범죄 수사 예산(국민생활침해 범죄 수사, 124억2900만원)은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증가 폭은 2.5%(3억8000만원)였다.

법무부는 “증권·금융범죄 및 보이스피싱 사범 수사역량 강화에 따른 특정업무경비 2억7300만원과 보이스피싱 전담수사관 해외 파견 3500만원을 증액했다”고 설명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남권아동보호전문기관을 방문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원석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남권아동보호전문기관을 방문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반면 이원석 검찰총장이 마약과 함께 ‘4대 범죄’로 규정해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스토킹범죄·디지털성범죄·아동학대범죄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수사 예산은 전년 대비 14.7%(5억6500만원) 증가한 44억1400만원이 편성됐다. 아동학대범죄에서 피해 아동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하고 분석하는 진술분석관 8명을 증원하고,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4억7100만원이 증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 장관이 처우 개선을 약속한 교정 분야는 ▶교도소 운영(1.7%) ▶재소자 수용·교화(3.4%) ▶소년 보호(3.8%) ▶범죄예방 기관운영(12.6%) 등 예산이 크게 늘었다. 특히 스토킹·성폭력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한 전자감독(전자발찌 등) 예산이 11.8%(32억3000만원) 늘었다.

법무부는 이를 통해 “약 10만5000여명의 신상정보를 등록·관리하는 고위험군 전담제가 2023년 이후 정착하고, 출소 예정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한 전자감독 관리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과학수사 인프라 구축 예산도 지난해(86억7600만원)보다 11.9%(10억3100만원) 늘어난 97억700만원으로 책정됐는데, 증액의 대부분(10억7800원)이 가상자산 추적 및 분석 장비 구매 예산이었다. 첨단범죄 및 디지털수사 관련 예산은 전년 대비 10.5%(11억4500만원)를 줄인 97억7400만원으로 편성하면서도, 가상자산 부정거래 분석 및 추적 플랫폼 구축 연구비는 2억800만원 신규 반영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법무부는 “국내 국가기관 자체 암호화폐 추적시스템을 개발해 국내 실정에 맞는 불법 가상자산 추적·분석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매년 외국산 솔루션 사용료로 지불하는 20억가량의 비용 절감 효과와 함께 불법 가상자산 유통으로부터 국민과 국가 차원의 경제적 손실 방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검찰은 암호화폐를 이용한 불법 외환거래, 테라·루나 폭락 사태 등 암호화폐 관련 특별수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편, 법무부 예산은 지난해(4조1192억8400만원)보다 1.3%(544억6500만원) 증가한 4조1737억4900만원으로 편성됐다. 이 중 검찰 예산은 지난해 대비 2.2%(73억6200만원) 증가한 3409억4000만원이 편성됐다. 검찰 운영은 8.7%(104억6200만원), 공판 및 형집행은 0.6%(2억7900만원), 형사사법선진화는 19.9%(5800만원) 증가했지만, 검찰 업무 정보화는 6.8%(29억5500만원), 수사지원 및 역량 강화는 0.4%(4억8200만원) 감소했다. 구체적인 사업 예산은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검찰 운영과 관련해선 압수수색시 공정성 강화를 위해 웨어러블(wearable·착용 가능한) 카메라 도입 예산을 2억2600만원을 증액하고, 공판활동과 관련해선 수사자료 등 기록 운반용 전동카트를 도입하기 위해 8억6100만원을 늘리는 예산도 포함됐다.

한동훈 법무부 2023 예산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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