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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단속 예산만 늘었다…尹정부서 제동 걸린 ‘한동훈 이민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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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합계 출산율이 0.75명까지 떨어지는 등 인구절벽 위기 극복을 위한 이민정책이 화두로 부상했지만 내년 법무부 관련 예산은 오히려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월 17일 취임사에서 “이민청 설립 검토를 포함해 이민정책을 수준 높게 추진해 나갈 체제를 갖춰나가자”라며 제안한 어젠다지만 윤석열 정부 안에서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법무부 안팎에선 “이민정책은 보수층 반발 등 여론의 공감대 형성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선은 출입국 관리 강화 등 시스템 마련부터 추진하자”란 속도조절론도 나오고 있다.

내년 예산안 외국인·불법체류 단속 예산만 대폭 증액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실제 내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예산안에서 이민정책 관련 예산은 줄고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시설 운영비 및 외국인 체류자 관리 예산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이민정책 예산 증액을 요청했지만 예산 편성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조정 과정에서 깎인 탓이다. 특히 이민정책개발 분야의 경우 지난 3년 국회나 국무총리실 등의 지적도 전무해 정책 관심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2023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국제이민협력’ 분야 예산은 23억7100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24억3300만원)보다 6200만원(2.5%) 줄어든 금액이다. 세부 사업별로 이민정책개발지원이 4억2900만원에서 3억9000만원으로 3900만원(9.1%) 줄었고, 이민정책에 관한 연구·교육, 국내외 기관 간의 협력을 맡은 이민정책연구원 운영비도 20억400만원에서 19억8100만원으로 2300만원(1.1%) 감소했다.

줄어든 이민정책개발지원 분야 예산은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주요 선진국 이민정책 사례연구, 정책 관련 연구용역 등 이민정책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이다.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정책담당자 대상 교육이나 국제 이민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공무직 근로자를 위한 예산도 포함된다. 이민정책연구원 예산의 경우 연구 사업비는 전년보다 4600만원 늘었지만, 기관 운영비가 6900만원 깎였다.

외국인 사회통합지원 예산 역시 전년(145억7000만원)보다 5억4000만원(3.7%) 줄어든 140억30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국가정황정보 번역·감수, 귀화민간면접 심사, 영주 및 귀화자 맞춤형프로그램 등 항목은 총 3억3300만원 늘었지만 사회통합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이민자네트워크운영(-1200만원), 자원봉사자 운영(-4800만원), 임차료 및 관리비(-5800만원) 등 세부 항목에서 지출이 줄었다.

법무부 11%P 증액 요구했지만…기재부 ‘지출 다이어트’ 제동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열린 주요 경제현안 관련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열린 주요 경제현안 관련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처럼 이민정책 관련 세부 예산이 줄었지만, 법무부가 예산 증액을 요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법무부는 앞서 국제이민협력 분야 예산을 전년 대비 11.2%, 외국인 사회통합지원 예산을 11.5% 각각 늘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기재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예산 규모가 깎였다. 기재부는 문재인 정부 5년간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이 8%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해 내년도 예산 증가율을 5%대로 끊는 내용의 고강도 ‘재정 다이어트’ 원칙을 앞세웠다.

법무부 역시 출입국·외국인 관리를 강화하는 데 예산 증액 우선순위를 뒀다. 공항·항만 등 출입국관리사무소 시설운영(46억2000만원 증액), 외국인 보호·관리(15억4000만원 증액), 출입국정보시스템운영(73억1000만원 증액), 외국인 체류질서확립(7200만원 증액) 등 예산을 대폭 늘였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이민정책이 후퇴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해당 예산은 구체적인 이민정책 개발과는 예산 성격이 다소 다르다.

이민정책 후퇴 우려도…한동훈 “속도전 아닌 정답 내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지며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이민정책이 후퇴하고 있는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동훈 장관도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이민청 설립 등 이민정책 전환에 대해 “속도전의 문제가 아니라 정답을 내야 할 문제”라며 속도 조절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 장관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이민 정책 기조를 한 방향으로 밀어나가면 부작용이 굉장히 클 것’이라고 지적하자 “하반기 정부조직 개편에 이민청이 들어가지 않은 이유가 바로 그런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 장관은 “우리 국민은 외국인이 몰려드는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도 있고, 충분히 이해할 만하고 존중할 부분”이라며 “우수 외국인은 유치하되 불법 체류자를 엄격히 단속하는 등 기본을 해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쟁국인 일본, 대만, 중국도 이민부서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늦지 않게 백년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취임 일성에 비해 한 발짝 물러선 셈이다. 앞서 지난 8, 9월 열린 국회 토론회에선 한국 사회에 적응한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 기회 제공, 지역특화비자(F-2), 계절 근로제도 개선 등 아이디어가 제시되기도 했다. 법무부 역시 “결혼이민자, 이주 배경 아동, 외국 국적 동포, 난민 등 다양한 체류 유형의 이민자에 대한 사회통합 및 적응 지원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2023 예산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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