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에 가해진 대대적인 미사일 공격이 이틀 전 발생한 크림대교(케르치해협대교) 폭발 사고에 대한 보복 공격임을 인정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크림대교 폭발과 유사한 일을 또 저지르면 더 가혹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우크라 주변국 몰도바 "러 순항미사일, 우리 영공 통과" 항의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국방부의 조언과 참모장의 계획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에너지·군사·통신 시설에 대해 장거리·고정밀 무기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크림대교 폭발은 러시아 민간기반 시설에 가해진 테러행위이며 그 배후에는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있다"면서 "우리 영토에서 이런 일이 계속되면 러시아의 대응은 가혹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러시아가 무력 병합한 크림반도를 자국 영토로 규정하면서 러시아 본토와 잇는 크림대교에 대한 공격을 비난한 발언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공격에 대한)대응 규모는 러시아 연방에 가해지는 위협 수준에 부합할 것"이라면서 "아무도 그것에 대해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8시15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는 미사일 공습으로 큰 폭발이 10차례 이상 일어나 다수의 사상자가 나왔다. 서부 르비우, 중부 드니프로, 제2도시인 동북부 하르키우 등 10여개 도시에 미사일이 떨어져 에너지 시설 등이 파괴됐다. 우크라이나 경찰은 이번 동시다발 공격으로 최소 11명이 숨지고 6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날 공습에는 수십 발의 미사일과 더불어 이란산 무인공격기도 동원됐다고 대통령실은 덧붙였다. 키이우의 독일 대사관 직원 숙소와 불가리아 대사관 바로 옆에도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유로위클리뉴스가 전했다.
지난 8일 오전 일어난 크림대교 폭파 사고의 경위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저지른 테러 행위로 보고 있다.
다만 NYT는 "이번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서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추가로 강경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위협은 우크라이나 자체를 겨냥한 것이라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몰도바 정부는 이날 흑해에 있는 러시아 함정에서 발사된 3발의 순항 미사일이 몰도바 영공을 통과했다며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고 밝혔다. 몰도바 국방부는 "미사일이 우리 영공을 비행하는 민간 항공기에 위험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