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과학고 20곳 교장들 "영재학교로 바꿔달라"…뭐가 다르길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과학고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 모습. 뉴스1

과학고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 모습. 뉴스1

전국 20개 과학고 교장들이 교육부에 영재학교 전환을 요구했다. 과학고가 설립 목적에 맞는 이공계 인재를 양성하려면 영재학교처럼 교육과정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교육부는 “학생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영재를 위한 학교를 늘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10일 전국과학고교장단협의회(협의회)에 따르면 과학고 교장들은 지난달 30일 교육부를 방문해 “과학고를 영재학교로 전환해 달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전달했다. 허우석 협의회장(울산과학고 교장)은 “과학고가 이공계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한 학교가 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자율성 보장과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른 영재학교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학고 “통합과학 축소 편성 필요”

과학고 교장들이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하는 건 현재 정부가 마련 중인 2022 개정교육과정과 관련이 있다. 2022 개정교육과정에 따르면 과학고 학생들도 일반고와 마찬가지로 통합과학을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데, 이를 축소 편성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허 회장은 “수학·과학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진학하는 과학고에서 통합과학을 필수 편성하는 것은 학생들의 수준과 교과 지식 위계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겉모양만 과학고일 뿐 학교 교육과정은 완전 일반고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 8일 공개된 2022 개정교육과정 총론 시안에 과학고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교육과정 정책연구진은 “다른 계열 특수목적고 및 다른 교과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고, 선행학습 분위기 조성의 우려가 있다”며 현재 시안을 유지하기로 했다. 허 회장은 “최종안이 확정될 때까지 계속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과학고는 또 교육과정이 경직돼 있어 특색 있는 수업 진행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게 과제연구(R&E)를 포함한 연구 활동이다. 영재학교에서는 연구 활동이 24~28학점으로 편성돼 체계적으로 이뤄지지만, 과학고는 교육여건 상 4학점 수준이 최대다. 황선찬 대전동신과학고 교장은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려고 해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가 없어 학생들의 참여도가 떨어진다”며 “과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 활동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게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과학고‧영재학교, 법적 근거부터 달라 

교육부 세종청사 전경. 연합뉴스

교육부 세종청사 전경. 연합뉴스

과학고와 영재학교는 이과 최상위권 학생들이 진학해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법적 근거부터 다르다. 과학고는 초‧중등교육법을, 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을 적용받는다. 이에 따라 교육과정 운영, 교원 임용,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학생 모집방식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 영재학교는 과학고와 달리 국가 교육과정을 그대로 따를 필요 없어 대부분 ‘무학년제’로 운영하며 교재도 자유롭게 선택한다.

학생 선발 방식도 다르다.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영재학교와 달리, 과학고는 해당 시‧도에 거주하는 학생만 지원할 수 있다. 학생 모집 시기도 영재고가 5~6월로 모든 고교 중에 가장 빠르고, 그만큼 우수한 학생을 선점하는 게 가능하다.

영재교육의 규모‧방식 등을 고려했을 때 과학고의 영재학교 전환은 쉽지 않아 보인다. 권지영 교육부 고교교육혁신과장은 “미국‧이스라엘 같은 나라도 영재학교 없이 일반고 내에서 영재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며 “학생 수보다 국내 영재교육 규모가 크다는 의견이 있는 만큼 영재학교를 늘리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과학고의 특성에 맞게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