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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창의적" 전문가 놀랐다…군도 몰랐던 北 '저수지 SLBM'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지난달 25일부터 일곱 차례에 걸쳐 발사한 총 12발의 탄도미사일을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10일 한꺼번에 공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북한이 처음 선보인 저수지 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지난달 25일 평안북도 태천군 일대 저수지에서 발사됐다.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북한이 처음 선보인 저수지 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지난달 25일 평안북도 태천군 일대 저수지에서 발사됐다. 뉴스1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발사장에서 모두 참관했다며 “이번에 진행한 실전훈련들을 통해 임의의 전술핵 운용 부대들에도 전쟁 억제와 전쟁 주도권 쟁취의 막중한 군사적 임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확신을 더욱 확고히 가지게 됐다”고 전했다.

한국 전역을 사정권에 둔 각종 전술핵 탑재 미사일들을 사용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이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해 핵무기를 더욱 고도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ㆍ미가 마땅한 군사적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미사일 중 가장 주목되는 건 지난달 25일 오전 6시 53분쯤 평안북도 태천군 일대 저수지에서 동해상으로 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다. 이와 관련, 북한은 “저수지 수중 발사장에서 전술 핵탄두 탑재를 모의한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이 진행됐다”며 “실전훈련을 통해 계획된 저수지 수중 발사장 건설 방향이 확증됐다”고 밝혔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는 미사일 발사 당일 “이동식 발사대(TEL) 차량에서 발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던 군 당국의 설명과 다르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결국 한ㆍ미 군 당국이 제대로 탐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세계 최초의 저수지 수중발사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체계 중 가장 창의적”이라는 말까지 돈다. 북한이 지난해 9월 처음 선보였던 열차형 미사일 발사대보다 더 위협적이란 평가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의 수많은 저수지에 이같은 발사대를 설치할 경우 사전 징후 포착은 물론 원점 타격도 어렵다”며 “한국형 3축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킬 체인(Kill Chain)’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ㆍ미ㆍ일 대잠전도 무력화

저수지에서 쏜 미사일은 지난해 10월과 지난 5월 북한이 ‘8ㆍ24 영웅함’으로 명명한 고래급 잠수함(2000t급)에서 두 차례 시험 발사했던 ‘미니 SLBM’으로 추정된다. 세 미사일 모두 비행 특성(고도 약 60㎞, 비행거리 약 600㎞)이 거의 같다.

미니 SLBM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의 개량형이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원래 KN-23은 비행 종말 단계에서 수직으로 크게 움직이는 활공 도약 기동을 하는데, 북한 발표에 따르면 미니 SLBM의 경우 비행 도중 측면으로 회피 기동도 한다”며 “이런 미사일을 저수지에서 쏠 경우 탐지와 요격이 모두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한ㆍ미ㆍ일 대잠수함전 연합훈련을 했다. 사진 오른족 선두에 있는 것은 미국의 공격형 핵추진 잠수함인 애나폴리스함이다. 이날 훈련에선 애나폴리스함을 북한의 신형 잠수함으로 가정해 탐지ㆍ추적하는 훈련을 했다. 뉴스1

지난달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한ㆍ미ㆍ일 대잠수함전 연합훈련을 했다. 사진 오른족 선두에 있는 것은 미국의 공격형 핵추진 잠수함인 애나폴리스함이다. 이날 훈련에선 애나폴리스함을 북한의 신형 잠수함으로 가정해 탐지ㆍ추적하는 훈련을 했다. 뉴스1

북한은 한ㆍ미ㆍ일의 대잠수함전 연합훈련(지난달 30일)을 닷새 앞두고 이 미사일을 쐈다. 이와 관련, 권 전 교수는 “잠수함기지에서 잠수함이 나오는 것을 추적하는 이같은 훈련에 대응해 새로운 발사 패턴을 고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북한의 잠수함 개발 현실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신포조선소에서 진수가 임박한 신형 잠수함은 핵추진이 아니어서 잠항을 오래 할 수 없고, 여러 대를 건조하는 것도 현재로썬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폭발 방식도 다양화 

북한이 지난달 28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총 6발을 발사한 ‘전술 탄도미사일’도 군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북한은 “해당 설정 표적들을 상공 폭발과 직접 정밀 및 산포탄 타격의 배합으로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북한판 에이태큼스’로 불리는 KN-24 지대지미사일을 다양한 폭발 방식으로 시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10일 공개한 '전술 탄도미사일'의 상공 폭발 모습. KN-24 지대지미사일을 동해안의 무인도인 '알섬' 상공에서 폭발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뉴스1

북한이 10일 공개한 '전술 탄도미사일'의 상공 폭발 모습. KN-24 지대지미사일을 동해안의 무인도인 '알섬' 상공에서 폭발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뉴스1

특히 ‘상공 폭발’은 높은 고도에서 핵을 터뜨리는 전자기파(EMP) 공격을 의미할 수 있다. 이같은 공격을 받으면 한ㆍ미 군의 거의 모든 무기체계가 일순간에 마비된다.

‘산포탄 타격’은 공중에서 넓은 범위로 흩어지는 집속탄 공격일 가능성이 있다. 실전에서 쓰면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이달 들어선 초대형 방사포(다연장로켓의 북한식 표현)를 두 차례에 걸쳐 3발 발사했다. 그러면서 “적의 주요 군사지휘시설과 주요 항구 타격”을 목표로 내세웠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0일 공개한 사진 중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이설주가 초대형 방사포인 KN-25 발사 장면을 보는 사진도 있다.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0일 공개한 사진 중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이설주가 초대형 방사포인 KN-25 발사 장면을 보는 사진도 있다. 뉴스1

초대형 방사포인 KN-25는 군 당국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분류할 만큼 사거리가 길다. 또 동시에 여러 발을 쏠 수 있는 데다가 정밀한 타격이 가능하다.

북한은 지난 2020년 3월 동해안의 무인도인 ‘알섬’을 향해 쏜 KN-25가 정확하게 명중하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연발 사격 시간은 20초에 불과했다. 양 위원은 “생산단가가 낮은 초대형 방사포는 북한 입장에서 한국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효율적인 무기”라며 “동시다발 공격 시 방어가 매우 어렵다”고 우려했다.

‘화성-12형’ 개량해 사거리 확장 

북한은 지난 4일 일본 상공을 지나 태평양으로 약 4500㎞를 날아간 준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에 대해선 ‘신형 지상 대 지상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로 불렀다. 이와 관련, IRBM인 ‘화성-12형’을 개량해 사거리를 늘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5년 전인 지난 2017년 9월 북한이 화성-12형을 발사했을 당시엔 사실상 빈 탄두를 실어서 약 3700㎞를 비행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새로운 엔진을 장착해 충분한 추력으로 탄두 무게를 줄이지 않고도 정상 발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4일 일본 상공을 통과해 태평양으로 발사한 미사일은 준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의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북한이 10일 공개한 '신형 지상 대 지상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의 발사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4일 일본 상공을 통과해 태평양으로 발사한 미사일은 준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의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북한이 10일 공개한 '신형 지상 대 지상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의 발사 모습. 연합뉴스

일각에선 북한의 10일 발표 내용을 토대로 한국을 대상으로 한 여러 종류의 전술핵 탑재 미사일의 실전 배치가 임박한 것으로 관측한다. 7차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를 더욱 소형화하면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다탄두 체계 개발을 더욱 진척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북한 발표와 관련, 대통령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말이 아닌 현실의 문제”라며 “한반도와 동북아의 엄중한 안보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제대로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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