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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연휴 새벽에 또 미사일 2발 쏴…"대응 무디게 하는 심리전"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연휴인 9일 새벽 또 다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두 발을 동해상으로 쐈다. 전날 한ㆍ미 연합훈련을 마치고 돌아가는 미국 항공모함강습단의 뒷전을 향해서다.

북한이 새벽인 9일 오전 1시 50분쯤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한 가운데 이날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창건 77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심야에 도발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새벽인 9일 오전 1시 50분쯤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한 가운데 이날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창건 77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심야에 도발했다. 연합뉴스

북한 국방성이 같은 날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76)을 동원한 연합훈련에 대해 “군사적 허세”라며 맹비난한 만큼 시위성 도발이란 풀이가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 25일부터 일곱 차례나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속했다. 미국의 강력한 전략자산인 항모강습단이 두 차례 전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의 일상적인 미사일 발사가 한ㆍ미의 대응을 무디게 만드는 심리전의 일환일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원산 북쪽의 강원도 문천시 일대에서 9일 오전 1시 48분부터 10여분 간격으로 SRBM 두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한ㆍ미 군 당국은 두 발 모두 약 90㎞ 고도로 약 350㎞를 비행한 것으로 탐지했다. 최고 속도는 마하 5(음속의 5배) 정도로 나타났다.

지난 6일 동해 공해상에서 한·미·일 이지스 구축함 3척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가정한 미사일 방어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미 국방부

지난 6일 동해 공해상에서 한·미·일 이지스 구축함 3척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가정한 미사일 방어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미 국방부

전문가들은 이런 비행 특성을 토대로 초대형 방사포(다연장로켓의 북한식 표현)인 KN-25의 시험발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판 에이태큼스’로 평가되는 KN-24 지대지미사일의 경우 같은 거리를 더 낮은 고도에서 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일각에선 항모를 겨냥한 미사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비행거리나 고도 등을 볼 때 KN-25로 추정되지만, 비행 특성이 유사한 대함 탄도미사일(ASBM)인 KN-18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2017년 5월 시험 발사했던 KN-18은 탄착점 오차가 작은 초정밀 유도탄이다. 북한이 항모강습단을 상대로 KN-18을 포함해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섞어 쏘는 다층 공격에 나설 경우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전략자산·연합훈련 무시 전략"

북한이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를 재개한 건 지난달 25일이다. 5년 만에 부산항에 입항했던 레이건함 등 항모강습단이 한ㆍ미 연합 해상훈련에 나서기 전날이었다. 이후 북한은 훈련 중인 동해를 향해 SRBM 발사를 두 차례 더 했다.

한ㆍ미ㆍ일 대잠수함전 훈련(지난달 30일) 다음 날에도 미사일을 쐈고, 급기야 지난 4일엔 일본 상공을 넘어 태평양까지 날아가는 준장거리탄도미사일(IRBM)까지 발사했다. 이후 레이건함이 다시 동해로 돌아와 한ㆍ미ㆍ일 미사일 방어훈련(지난 6일), 한ㆍ미 연합기동훈련(지난 8일)을 잇달아 가진 상황에서도 SRBM을 총 4발 더 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군 안팎에선 “북한이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와 연합훈련을 애써 무시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미 항모강습단이 훈련하는 도중이나 훈련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미사일을 쏘는 행태는 미군 입장에선 완전히 체면을 구기는 일”이라며 “더 강력한 제재나 군사적 움직임을 불러올 수 있는 상황인데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멈추지 않는 데엔 다른 속셈이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일상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관계자들을 지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며 “너무 잦다 보면 대응이 느슨해질 수 있고, 올바른 대응을 포기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 등을 빌미로 북한이 미사일 발사 이외의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군 일각에선 과거 연평도 포격과 같은 북한의 기습적인 국지 도발 가능성도 우려한다. 군 소식통은 “현재 서해 5도에선 특이 동향이 발견되진 않는다”면서도 “다만 과거에도 특이한 징후가 나오고 도발한 적은 없다. 긴장이 많이 올라간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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