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풍토|김종상<관악산 연주암 주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세상살이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세계를 돌아다보아도 어디하나 편안한 곳이 없어 보인다. 갈등과 대립이, 국가와 국가간에 민족과 민족간에 또는 종교와 종교간에 항시 있어 지구촌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지역·계층간의 갈등이 심하여 고질병이 된지 오래다. 정치 지도자간의 반목·대립으로 민심이 정치가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개인과 개인간에도 신뢰에 앞서 불신의 장막이 드리워져 있어 마음 붙일 데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곰곰 생각하면 그렇게 어려운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이 산다는 그 자체가 인간끼리의 어울림이기 때문에 대인관계가 원만하다면 그 마음도 넉넉해지고 따라서 살기도 한결 쉽게 느껴질 것이다.
원만한 인간관계의 선결조건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상식이 통하는 사회풍토다. 「상식」은 사전을 찾아보면 「보통사람의 능력을 가진 일반인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거나 또는 가지고 있어야 할 보통의 이해력·판단력·사려·분별」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누구든 가지고 있는 흔한 생각이라는 뜻이다. 내게 저 나뭇잎이 푸르면 남에게도 그 나뭇잎이 푸르게 보이는 현상 그 자체라고도 하겠다.
상식은 그래서 아주 쉬운 것이기에 행하기도 쉬운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사회에선 그같은 상식이 무시되거나 아예 범속한 것으로 치부되어 버린다.
일찍이 부처님은 상식을 벗어났을 때 야기되는 잘못에 대해 다음과 같은 비유로 경계했다.
뱀이 한 마리 있었다. 머리와 꼬리를 갖고 있었는데 머리는 앞길을 안내했고 꼬리는 길을 기어가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꼬리의 생각이 달라졌다.
머리란 놈이 늘 앞장서 간다는데 불만이 생겼다. 그래서 하루는 그 불만을 토로했다.
『너는 지금까지 앞장만 서 갔다. 그래서 나는 이제까지 늘 네 뒤만 따라다녔다. 이제부터 내가 앞장서야겠다.』
머리는 걱정이 태산같았다.
『눈이 없는 네가 앞장을 서면 우리 모두가 위험하다.』
그러나 꼬리는 계속 자기가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침내 머리는 앞자리를 양보하고 꼬리가 머리 앞에서 갔다. 그러나 얼마 못 가서 위험하게 되었다.
눈이 있는 머리가 앞장에서야 함이 마땅한데도 꼬리는 그 상식을 버리고 몰상식한 일을 저질러 남은 물론 자기자신도 어려움에 처하게 한 것이다.
상식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다. 일상생활에선 전문지식보다 상식적 생활규범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사회지도급인사, 특히 정치지도자들의 상식을 벗어난 행 태가 있는 한 세상살기는 어려워진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