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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화등급기준」논란|미 영화 협「NC-17등급」신설 찬반양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미국 할리우드 영화계는 성인용 영화등급 개 정에 대한 논란이 계속 가열되고 있다.
영화업자·비평가·사회 압력단체·언론들 사이에서 논란의 초점이 되는 것은 신설된 「NC-17」이라는 영화등급.
미국 영화협회(MPAA)는 완전 성인용인「X」등급과는 구별돼 성인용이지만 광고나 공개시사를 할 수 있는 NC-17등급을 만들었다. 「17세 이하의 어린이는 볼 수 없다」는 NC-17(No Children under 17)등급은 폭력·외설의 비교육적인 장면이 포함돼 있더라도 예술성과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인정되는 영화가 받게 되는 등급이라는 것.
미국 영화협회가 영화등급을 제정한 68년 이후 22년만에 관객과 광고에 대한 제한이 크게 바뀌게 된 셈이 된 NC-17등급을 놓고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영화등급의 변화는 그동안 검열제도가『지나치게 편의위주로 단순화됐다』며 성명 전·송사 등으로 개선요구를 해 온 영화업자·감독·시나리오 작가들의 의견에 따른 것이나.
X등급은 68년 신설됐을 때만 해도「미성년자 관람금지」라는 뜻이었으나 포르노영화가 난무하면서 이제는 음란·섹스영화의 대명사가 돼 버렸다.
이에 따라 몇몇 섹스·폭력장면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상당한 수준의 작품도 일률적으로 X등급으로 평가돼 영화인들의 불만이 누적돼 왔다. 즉 예술성 높은 성인영화까지 X등급을 받아 저질 포르노로 오인되고 시문·잡지·TV광고 등 이 금지돼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가 구조적으로 힘들었다는 것이다. 영화제작자는 물론 미국 극장 소유주 협회 및 각종 영화인 노조, 심지어 동성연애자 단체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등급시정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에 일부 비평가들과 언론들이 반기를 들고 있다.
유명한 영화사학자이며 최근 21판까지 펴낸『영화 가이드』의 저자인 레너드 말틴씨는 『NC-17등급이 예술성 높은 영화를 구제했다기보다 저질 포르노영화를 제도적으로 보호해 주게 됐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그에 따르면 거의 모든 포르노 영화업자들은 MPAA의 검열에 응하지 않고 있고 멋대로 등급을 붙여 판매하고 있으므로 영화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현혹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수적인 여러 지방신문들도 NC-17등급이 일반에 노출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해 광고게재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의 교육압력단체 등에서도 NC-17등급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가 광고게재 전에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무튼 영화비디오업자들은 지금까지 X등급을 받아 억울한(?)평가를 받아 오던 유명작품들을 다시 홍보하며 새로운 흥행을 노리고 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은 말론 브랜도 주연의『파리의 마지막 탱고』『미드나이트 카우보이』, 고교생폭력을 다룬『이프』『클로크워크 오렌지』등이다.
또 소설가 헨리 제임스의 애정 편력 기를 다뤄 파격적인 섹스장면이 포함된 필립 카우프먼 감독의 최신작『헨리와 준』이 NC-17등급을 받은 첫 영화가 돼 미국시장 석권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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