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대응해 한·미 군 당국이 이날 밤 정밀 타격 능력을 보여주는 훈련을 하던 중 육군의 현무-2C 미사일이 발사 직후 추락하면서 화염이 치솟아 인근 지역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는데도 군이 관련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주민의 불안감을 키웠다.
한·미 군 당국은 4일 오후 11시부터 강원도 동해안의 공군기지에서 지대지미사일 사격 훈련을 했다. 먼저 육군의 현무 2-C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발사 직후 비정상적인 비행을 하다 기지 내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군 관계자는 “발사 직후 미사일이 앞(해상)이 아닌 뒤(육지)로 날아오면서 기지 내 골프장에 비정상적으로 떨어졌다”며 “탄두는 민가에서 700m 정도 떨어진 곳에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폭발음과 함께 화염이 올라오자 인근 주민들이 소방서에 신고하고 촬영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불길을 목격한 주민 김희수(44)씨는 “4일 밤 11시쯤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 같은 소리가 나더니 ‘꽝’ 하고 굉음이 울렸다”며 “폭발 후 불기둥이 100m가량 치솟고 연기가 엄청 났다”고 말했다. 공군기지 인근에 사는 권모(43)씨는 “늦은 밤에 훈련하려면 최소한 안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무슨 상황인지 몰라 여기저기 물어보고 새벽까지 잠도 못 자고 불안에 떨어야 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낙탄 사고였지만 군 당국은 이튿날 아침까지 사고와 관련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합동참모본부는 5일 오전 7시쯤 한·미 군이 전술 지대지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를 두 발씩 총 네 발 발사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면서도 현무-2C 발사 실패에 대해선 함구했다. 이후 기자들에게 사고 사실을 따로 알렸다. 군 관계자는 “(주민들이 본 화염은) 탄두가 폭발한 것이 아니라 떨어진 추진체가 연소하면서 보인 불꽃”이라며 “발사 직후 기지 내로 떨어져 인명 사고 등 민간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 주민들이 많이 놀라셨을 것”이라며 뒤늦게 사과했다.
에이태큼스 발사는 현무-2C 추락 뒤 두 시간여 뒤인 5일 0시50분쯤 이뤄졌다. 군 소식통은 “서로 떨어진 위치에 이동식 발사대(TEL)가 배치돼 있어 사고를 수습하고 난 뒤 안전점검을 거쳐 에이태큼스 실사격을 했다”고 말했다.
현무-2 미사일 발사 실패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9월 15일에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한다며 쏜 현무-2A 미사일 두 발 중 한 발이 발사 직후 동해상에 떨어졌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군 핵심 무기는 실전 상황에서 어떻게든 정상 작동해야 한다”며 “아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인데, 왜 같은 사고가 또 발생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무-2 미사일의 실사격이 드문 일인 만큼 군 안팎에선 미사일 자체의 결함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현무-2C의 경우 실전 배치 이후 실사격은 이번이 세 번째다. 합참 관계자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측과 원인을 정밀 조사 중”이라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