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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몇세기냐"…중간선거 앞둔 바이든, '낙태금지법' 재점화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한달 여 앞두고 낙태와 피임권 보호를 위한 600만 달러(약 85억 원)의 보조금 등 지원 정책을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난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금지한지 100일 만에 나온 보안 조치다. 일각에선 백악관이 선거 직전 낙태금지법에 대한 반대 여론을 재점화해 민주당 지지율 상승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열린 낙태 접근권 보장을 위한 TF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열린 낙태 접근권 보장을 위한 TF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낙태 접근권 보장을 위한 정부 태스크포스(TF)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에 대한 여성의 헌법적 권리를 철회한 결정이 일부 주에서 무서운 파급 효과를 가져왔다”면서 “우리는 공화당원들이 전국에서 극단적 정책을 시행하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TF에는 의사와 국회의원, 백악관 관리들이 참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6월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폐기된 뒤, 미국 전역 최소 14개 주(州)에서 낙태가 금지된 걸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 3000만 명의 가임 여성이 낙태가 금지된 주에서 살고 있고, 2200만 명의 여성은 임신 6주 뒤부터는 낙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추산했다. 이밖에 다른 주에서도 낙태권에 대한 법적 투쟁이 진행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아이다호대학의 사례를 지적했다. 이 대학은 학교에서 직원들에게 생식권에 대한 얘기를 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낙태를 조장할 경우 중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경고성 지침을 내놨다. 이같은 지침은 아이다호주가 임신부의 건강이 위험에 처해 있거나 강간 또는 근친상간을 제외한 낙태시술에 대해 의료진까지 예외 없이 처벌한다는 법률 조항을 시행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지금 몇 시기에 살고 있는 거냐”고 개탄하고, 다른 대학은 이 같은 정책을 도입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지난 4일 낙태권 지지자들이 위스콘신주 의사당 밖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4일 낙태권 지지자들이 위스콘신주 의사당 밖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보건복지부는 이날 회의에서 생식 보건 접근권을 보호하는 데 6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플로리다·메릴랜드·미시간·뉴저지 등 최소 7개 주의 클리닉센터에서 피임·성병 검사 등을 할 수 있도록 검진 기구와 전문가를 배치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전역의 클리닉센터에 4억 달러(약 5670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예산을 편성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한 바 있다. 교육부는 대학이 임신 중절을 포함해 임신을 이유로 한 차별에서 학생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에 대한 모든 이의 견해는 존중돼야 하며, 피임과 낙태는 논란거리가 돼선 안된다”면서 “이는 프라이버시권 박탈과 같은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나는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을 내릴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믿는다”며 “오늘날 극단주의가 국가 차원에서 수백만 여성의 자유를 공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4일 낙태 접근권 보장을 위한 정부 TF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4일 낙태 접근권 보장을 위한 정부 TF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편 이번 TF 회의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권 폐기 판결을 내린지 100일 만에 열렸다. 앞서 대법원 판결 직후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이에 반대하며 지지율이 다소 반등했지만, 현재 지지율은 소폭 하락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현재 우리는 몇 표가 부족하다”며 “만약 당신이 낙태권을 금지하지 않는 주에 살고 있더라도, 여전히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YT는 “유권자에게 미국 전역에서 낙태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민주당) 의원을 선출해달라는 동기부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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