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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 최대 사거리 쏜 北…"ICBM 고도화, 7차 핵실험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4일 오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열흘 새 다섯 번째 미사일 도발로, 북한의 최근 무력시위는 이틀에 한 번꼴로 이어지고 있다.

북한이 2017년 9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발사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2017년 9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발사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특히 이날 북한이 발사한 IRBM은 지난 1월 30일 이후 약 8개월 만으로, 미사일은 일본 열도를 가로질러 지금까지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중에서 가장 먼 거리를 날아갔다. 유사시 미국의 전략자산이 있는 괌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대 사거리' 쏜 北…7차 핵실험까지 가나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23분쯤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으로 발사한 IRBM은 최고고도 970㎞, 마하 17 수준으로 약 4500㎞ 거리를 날아갔다. 대통령실은 미사일 발사 직후 즉각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러한 대응은 북한이 향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7차 핵실험으로 이어지는 도발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10월 16일(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부터 11월 7일(미국 중간선거) 사이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이번 IRBM 발사는 핵능력 고도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ICBM, SLBM, 7차 핵실험 등으로 연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사용의 문턱을 지속적으로 낮추는 동시에 위협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미·일 밀착에 맞불

북한은 최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면서 패트리엇(PAC-3 MSE) 등 한·미의 기존 미사일 방어체계로 탐지가 어려운 비행고도 30~50㎞ 사이 구간을 선택해왔다. 한·미의 감시역량과 대비태세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왼쪽 두번째)이 2017년 8월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김락겸 당시 전략군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왼쪽 두번째)이 2017년 8월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김락겸 당시 전략군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한·미 방위태세의 '공백'을 노려온 북한은 이날은 지난 1월 30일에 사격시험을 진행했던 '화성-12형'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8월 북한이 "화성-12형 4발로 괌을 포위 사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던 미사일이다. 이 때문에 이날 북한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을 쏜 것은 한·미·일의 밀착 움직임에 대한 반발 차원이란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본지 통화에서 "북한은 상대가 자신을 향해 어떤 공세나 훈련을 펼치느냐에 따라 맞춤형 대응을 해왔다"면서 "일본이 가세한 훈련을 재개했다는 것에 대해 경고성 메시지가 상당히 필요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공갈이 가중될수록 그를 억제하기 위한 우리의 힘도 정비례하여 계속 강화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사일 쏘고 한때 연락까지 두절

북한의 연이은 도발 상황에서 이날 오전 9시 IRBM 발사 직후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이 불통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5시 14분쯤 공지를 통해 "오늘 오후 5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간 업무마감 통화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미사일을 발사한 북측이 고의로 통화를 거부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통일부 당국자는 오전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원인에 대해 "판문점 인근 지역 폭우 등으로 인한 통신선 장애 등 기술적 문제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4일 통일부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관계자가 복원된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통해 북측과 통화를 하는 모습. 통일부 제공, 뉴스1

지난해 10월 4일 통일부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관계자가 복원된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통해 북측과 통화를 하는 모습. 통일부 제공, 뉴스1

남북 간 통신선 문제는 종종 발생해왔다. 지난 6월 28일에도 남북연락사무소 간 정기통화가 7시간가량 이뤄지지 않았는데, 통일부는 당시에도 폭우로 인한 기술적 문제로 그 원인을 추정했다.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2020년 6월 통신선을 끊었다가, 지난해 7월 27일 통신채널을 복원했다. 그러나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며 14일 만인 같은해 8월 10일 통신선을 다시 끊었고, 두 달 뒤인 지난해 10월 4일 이를 다시 연결했다. 공교롭게 오전 통신이 중단됐던 이날은 남북 당국 간 통신선이 복원된 지 1년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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