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라인 다가서는 北…핵우산ㆍ제재 강화 고심하는 한ㆍ미ㆍ일

중앙일보

입력 2022.10.04 17:06

업데이트 2022.10.04 17:54

4일 북한이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을 향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쏘자 한ㆍ미ㆍ일은 국가안보실장, 외교장관, 북핵수석대표 등 각 급에서 소통하며 "단호한 대응"을 약속했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소나기 발사'에 이어 중거리 미사일로 도발의 급을 높이면서 3국의 대응책 마련도 한층 분주해졌다.

북한이 지난 2017년 9월 공개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017년 9월 공개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한ㆍ미ㆍ일 "강력 규탄"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전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통화에서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한반도 뿐 아니라 동북아와 국제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행위이자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는 인식을 같이 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미 백악관도 국가안보실 대변인 성명을 내고 '무모한(reckless)', '노골적인(blatant)' 등의 표현을 쓰며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했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관련한 백악관의 성명엔 "외교를 향한 문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북한은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는 메시지가 담겼지만, 이날 성명엔 이러한 유화적 수사는 모두 사라졌다.

한ㆍ미, 한ㆍ일 외교장관도 긴급 유선 협의를 열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과 통화에서 유엔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 방안을 비롯해 역내외 안보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한ㆍ미ㆍ일 북핵수석대표 역시 별도 연쇄 통화에서 "북한이 지난달 8일 핵무력 정책 법령을 발표한 이후 도발 수준을 계속 높이는 데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핵우산' 등 확장억제 강화

북한이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7발을 쏜 데 이어, 이날 사거리를 늘리려고 정상 각도(30~45도) 수준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쏘면서 3국의 대응도 한 차원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미 전략 자산을 한반도에 적시에 전개하고 고강도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등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꼽힌다.

한ㆍ미 양국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4년여만에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한 뒤 처음으로 공동성명을 냈다. 이어 지난달 30일 동해에서 미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등이 참가하는 한ㆍ미ㆍ일 대잠수함 훈련을 5년만에 실시했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당분간 전술핵 개발과 실전 배치에 집중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며 "한ㆍ미는 이런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확장억제의 구체적인 방안을 합의해 문서화하고, 문서의 존재를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방식 등으로 확장억제의 실효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제재 실효성 높이기도 관건

이외에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추가 및 한ㆍ미 신규 독자 제재 추진도 양국이 꾸준히 검토하는 카드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중대 도발에 나설 경우 안보리 차원에서 즉시 추진할 신규 제재 안과 한ㆍ미 양국의 독자 제재 안이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마지막으로 통과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이자 여태껏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꼽히는 2397호가 발동된 지 5년 가까이 지났지만 북한의 핵 능력은 꾸준히 고도화됐다는 한계를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중국, 러시아가 제재의 뒷문을 열어준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온다.

김진아 한국외대 LD학부 교수는 "대만, 우크라이나 문제로 미국과 각을 세우는 중국,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핵 문제 관련 협조를 해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북한이 핵실험을 하더라도 이른 시일 내에 공동으로 메시지를 낸다면 상징적 수준의 성명에 그칠 수 있고, 제재 수위를 실제로 조정하는 건 상당 기간 협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안보리에선 가장 낮은 단계의 공동 조치인 '언론 성명'조차 쉽사리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중ㆍ러는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한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거부권을 발동해 부결시켰다. 안보리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일각에선 중ㆍ러를 상대로 과거 이란을 사실상 무릎꿇렸던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개인, 기관 제재)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이러한 조치에 대해선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이 북핵 문제를 두고 중국과 전면전에 나서기엔 외교적 부담이 크지 않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실질적 대북 압박 효과를 낼 만한 세컨더리 보이콧은 현실화하기 쉽지 않고 현 제재 체제는 기존 수준 이상의 효과를 내기 힘든 상황"이라며 "북한이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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